의견을 밝힐 기회를 줌

어느 사회나 사건과 사고는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안에 대한 시각차가 너무 크다보면 다른 시각을 지닌 상대방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하거나 더러는 비난조의 공격이 가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대화는 단절된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치열한 의견교환은 그 사회가 열려있다는 증거이고, 나아가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그것이 어떤 경우라도 인정되고 보호돼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달려있거나, 사회 변화의 중요한 단초가 되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요즘의 한일관계에 대한 견해를 물어오는 학생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학생의 견해부터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학생은 결국 "일본이 너무한 게 아닌가요?"라는 말로 결론을 지었다. 나는 학생에게 "한일관계는 더이상 단순한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더 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며, 국제사회에 바라보는 시각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학생이 사안을 좁게 이해하면 일방적 고집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後漢書(후한서)』 「來歷傳(내력전)」에 이와 관련된 고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東漢(동한) 安帝(안제) 때, 어떤 사람이 太子(태자) 劉保(유보)의 모반 사실을 고발하였다. 安帝가 大臣(대신)들을 소집해 太子의 廢位(폐위) 문제를 토론했다. 大將軍(대장군) 耿寶(경보) 등이 太子를 廢位할 것을 주장했다. 大臣 來歷(내력) 등이 太子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대했다. 한바탕의 논쟁이 지난 뒤 安帝는 太子를 폐하여 齊陰王(제음왕)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來歷 등 몇몇 대신이 모두 太子를 대신해 인정에 호소하는 것을 보자 安帝가 詔書(조서) 맨앞에서 "조정에서 '일을 논의하는 言路(언로)를 널리 열어둠(廣開言事之路)'에 있어, 어떤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라고 적었다. 詔書에 의해 來歷의 관직이 박탈됐다. 지금은 '廣開言事之路'를 줄여 '廣開言路'로 쓴다.

太子였던 劉保가 분명 반란을 획책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來歷은 太子의 폐위를 반대했다. 분명한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호도이며 왜곡이다. 호도와 왜곡은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만다. 하여 호도와 왜곡은 결코 용서될 수 없기에 來歷은 파면되고 말았던 것이다. 安帝의 "어떤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는 지적은 너무나 명징하고 투철하다. 지금 우리사회에 혹여 호도와 왜곡은 없는 것일까? 있다면 명징하고 투철하게 응징해야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