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한여름 우리 동네 매미들/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 하루 종일 운다/ 매를 부르는 매미/ 너 그렇게 울다간/ 맴매 맞겠다'

얼마 전 두 작가와 함께 쓴 '곤충 특공대' 동시집에 나온 내가 지은 동시다. 그중 '매미'란 동시를 아이들이 좋아한다. 올 여름은 매미 소리로 아침을 열 정도로 귀가 얼얼했다. 그러면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은근히 신경이 쓰이곤 했다.

그렇게 계속될 것 같은 뜨거운 여름의 꼬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요즘 아침 밤으로 바람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간간이 이른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여전히 매미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막상 가을이 다가오니 점점 줄어드는 매미 소리가 아쉽다.

2층 작은 내 방 옆으로는 이사 와서 처음 심은 감나무가 한 그루 있다. 20년이 거의 된 셈이다.

여름에는 이 감나무에 매미들이 앉아 열심히 울어댄다. 정말이지 알람소리처럼 매미소리에 잠이 깨곤 한다. 얼마나 소리 높여 울어 대는지 한번 깬 잠은 다시 잘 수 없을 정도다.

감나무 옆으로 단풍나무와 근처 호두나무까지 매미들의 맴맴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들. 쟤네들은 목도 안 아프나? 걱정이 될 정도다.

아주 가끔은 좀 시끄러운듯하지만 그래도 매미소리가 참 좋다.

그런데 이런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다양하다. "맴맴맴맴", "미암미암", "치이이이", "찌르르르" 나름 리듬을 타면서 소리를 낸다. 꼭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 것 같다.

또 관심을 갖고 매미 소리를 들어보면 갈수록 더 우렁우렁 커지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매미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고 한다.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말매미가 도심을 중심으로 퍼졌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오랜 시간 땅 속에서 꿈을 키우다 나온 매미. 그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는 목소리이니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꼭 짝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는 대추나무에 올라가 손을 소라처럼 오므리고 탁, 하고 매미를 잡았다. 어찌 그리 잘 알고 손으로 덮치는 순간 쌩~ 날아가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늘 작은 매미만 보다 아주 큰 매미를 보고 욕심이 나서 잡다가 대추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예전 평상이나 원두막에서 들었던 매미소리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있었다. 그러던 매미가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어쩌면 하루하루의 고단함이 그 여유로움을 빼앗아 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겸재 정선의 산수화 속 소나무에 앉은 매미나 또 다른 그림에서도 매미는 편안함을 주었다. 빠른 삶 속에서 한번쯤은 그런 그림 속으로 쏙 들어가고 싶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여름 끝자락, 매미 소리를 들으며 어렸을 때로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다. 작은 일에도 깔깔깔 배꼽 잡고 웃던 그 시절에는 걱정도 욕심도 없었다.

앞으로 점점 뜨거워지는 기온 탓에 매미 소리 역시 더 뜨겁게 울어 댈 것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어쩜 여름은 매미소리로 더 여름다워지는 건 아닐까.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창밖 초록 감나무 잎사귀 아래 숨어 울어대는 매미에 가만히 눈 맞춤 해본다.

"맴맴~ 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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