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의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전국 평균보다 피해 응답률이 높았으며 지난해보다도 피해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이 심해져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건수의 절반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학교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는 아동연령이 더 낮아져 이제는 초등학교의 폭력 상황을 가장 주시해야 할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피해경험면에서 중·고등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응답률을 기록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충북교육청이 실시한 초·중·고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3.8%로 지난해 보다 무려 1.2%P가 증가했다. 학교폭력 피해가 1년새 절반가량이 더 늘어난 것인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초등 4학년이 6.2%로 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학교폭력의 나잇대가 낮아진 만큼 비슷한 연령대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의 학교폭력은 언어 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이 주류를 이루면서 피해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만큼 가정에서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같은 학교폭력 실태는 아이들의 생활의 질, 행복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주변의 폭력 발생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생활의 만족도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도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해보니 27개국중 최하위이었다고 한다. 전체 평균점수(10점 만점에 7.6점)보다 1점이나 낮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부에 치여서 사는 것도 힘든 아이들에게 폭력은 독(毒)이나 다름없을 뿐이다.

그나마 이전의 조사에 비해 전반적인 수준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수준과 미래안전성에 대한 평가에서 빈곤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간에 큰 점수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계층간 사다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는 빈곤가정이 상대적으로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기를 폭력에 노출된 채 불만속에서 보낸다면 성인이 된 이후의 삶도 고단한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결손, 빈곤, 폭력 등 또 다른 가정문제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학교폭력 조사에서 피해 비율이 지난해보다 높게 나타난 데에는 교육당국의 분석처럼 인식교육 강화가 한몫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폭력의 저연령화가 그냥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폭력의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것은 사리분별과 거리가 먼 상황이 더 많아져,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과 수준의 사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폭력피해 증가를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늘 그렇듯이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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