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세환 충북대학교 환경공학과 4학년

미국의 유명 드라마 'Designated Survivor'를 리메이크한 '60일, 지정생존자'가 방영 중이다. 국회의사당 폭탄테러로 갑작스럽게 대통령을 잃은 아수라장 속에서 하위 각료 한 사람이 대통령(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미국 버전에서는 폭탄테러를 일으킨 배후 단체가 가장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 같은 장관을 지정생존자로 지정한다. 환경부 장관이 지정생존자가 된 우리나라 버전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환경부 장관은 어느 정도의 중요도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일까. 물론, 정부 부처별로 등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정부조직법에서 정한 국무위원들이 19명인 것을 보면 행정각부 서열 13위인 환경부 장관이 인식 면에서는 꼴찌라는 뜻이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환경부 장관이 이러한 인식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경부 장관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1999년 5월~현재)동안 우리나라에는 총 13명의 환경부 장관이 있었지만 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다.

환경부는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 보전과 환경오염 방지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자연환경·대기환경 보전 기본계획, 폐기물처리·물환경관리 계획 등을 다룬다.

이렇듯 전문적인 부분을 처리하는 부처인데, 최근 장관 중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환경 분야 공무원 출신은 단 2명(박근혜 정부 윤성규, 노무현 정부 곽결호)뿐이었다. 다른 11명은 시민 단체 운동가, 다른 분야의 학자, 행정 공무원 출신들이고 심지어 배우 출신(김대중 정부의 손숙)도 있었다.

환경단체 활동을 했다고 무조건 환경 전문가라고 볼 수도 없다. 과거 환경운동연합의 중앙사무처장이었던 노무현 정부의 이치범 전 장관은 독어교육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구의원 당선 전에 환경운동 전문가였다는 문재인 정부의 김은경 전 장관은 경영학도였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가장 적합할까. 우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문적인 환경공학 지식이 없는 사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정세환 충북대학교 환경공학과 4학년
정세환 충북대학교 환경공학과 4학년

과거 유한킴벌리의 대표이사였던 문국현 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문 사장은 환경운동 이력이 화려하며, 관련 저서도 3권이나 되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인이 친환경 경영을 했다고 환경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깊이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환경 분야는 돈을 만드는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염물질 처리 등에 의무적으로 돈을 쓰도록 강제하는 분야이다. 규제를 풀고 묶는 데에 있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인이라면, 관련 규제들을 다소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환경공학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있는 공부와 연구를 해온 환경공학과 교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폴리페서(정치인을 뜻하는 Politician +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처럼 정치인으로 거듭 나려는 사람이 아닌, 소명을 다하면 본래의 위치로 돌아 갈 줄 아는 윤리적이면서 열의에 불타는 환경공학과 교수가 장관으로 임명되어 멋진 환경정책들을 펼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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