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충주시 중원산업단지 화재는 발생 12시간만인 지난달 31일 진압됐지만 화재현장은 폭격을 받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게 그 을은 공장의 철제구조물은 내려앉거나 금방 무너질 것처럼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공장부지 곳곳에는 화재의 잔해가 지저분하게 쌓여 참혹한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과 한순간의 참상(慘狀)이었다. 더구나 하필 이날이 충주무예마스터십 개막식날이었다. 시민들은 물론 각국 대표선수들이 늦은 밤 불꽃놀이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굉음이 들렸다고 한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관계당국에서 조사해야 밝혀지겠지만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켰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2009년 준공한 중원산단엔 섬유·의복·화학·기계 등 29개 제조업체가 운영 중이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톨루엔 아크릴산 아질산나트륨 등 폭발성이 강한 위험 화학물질이 다량 보관돼있어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 특히 해당 공장이 산업단지 한가운데 있어 인근 공장은 폭발 충격에 의한 외벽과 창문 등 파손 피해가 컸다고 한다.

대형화재는 잊을 만 하면 발생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가 지역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지 불과 2년도 안 지났다. 비극은 순식간에 발생한다. 성탄절을 며칠 앞둔 2017년 12월 스포츠센터 주차장 차량에서 시작된 화재는 삽시간에 8층 건물 전체를 덮쳐 29명이 사망하는 초대형 참사로 확대됐다.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고 가족들은 오열(嗚咽) 했으며 전 국민은 침통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 뿐 아니라 올 상반기에는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도 유독 많았다. 지난 5월에는 경북 구미시 한 전자부품공장에서 불이 나 인접 공장으로 번져 모두 5개 공장이 전소됐다. 이 곳 역시 불화수소산과 질산 등의 화학물질을 보관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경기도 군포시 강남제비스코 6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실시간으로 번져오는 화마(火魔)와 사투(死鬪)를 벌였다. 주변 탱크에 페인트 제조 공정에 쓰이는, 톨루엔과 자일렌 등 4류 위험물로 분류된 인화성 액체 40t가량이 저장됐기 때문이다. 불티하나라도 인화성 물질과 접촉됐다면 대규모 재난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화합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은 폭발가능성이 높아 진화가 어렵고 복사열, 폭풍파, 파편등으로 2차피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중원산단 화재사고는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본메뉴얼만 지켰다면 대형화재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감하거나 혹은 안전에 익숙해져서 "우리는 괜찮다"고 방심하는 순간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초래한다. 화학물질을 취급하거나 건설현장의 위험한 작업도 반복해 익숙해지면 "내가 충분히 제어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 점차 위험지각이 낮아진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재난은 어떤 우연한 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러할 개연성이 있었던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중원산단 화재사고를 계기로 탄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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