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학관 설립 관심 가져야"

강전섭 수필가가 자신이 모은 문학잡지 창간호 표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지효
강전섭 수필가가 자신이 모은 문학잡지 창간호 표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진천에는 포석조명희 문학관이, 보은에는 오장환 문학관, 옥천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있는데 정작 청주에는 문학관이 하나도 없지요. 이제라도 문학관 설립에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 입니다."

2019대한민국 독서대전은 끝났지만 기록과 자료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여운을 남긴 전시가 있어 소개한다.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렸던 시공초월 도서전 중 '근대도서 콜렉션 100년'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근대도서 콜렉션 100년'은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교사로서, 책 수집에 헌신했던 강전섭 수필가(청주문화원장)가 소장한 자료 360권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에는 희귀 딱지본, 시조집, 문학잡지 창간호, 수필·평론집, 청주 출신 작고 작가 작품 등 근대 문학의 흐름과 청주 문학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됐다.

강 수필가가 처음 고서를 접하게 된 것은 30여년 전인 1988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수필가가 대학원 재학 시절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빌리러 국회도서관 등 서울의 도서관을 찾아갔지만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아, 자료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를 깨달은 강 수필가는 우연한 기회에 청주의 한 헌책방에서 고서 수집가를 만나 '필(Feel)'이 꽂혀 그때부터 전국의 헌책방, 고물상, 개인고물상 등 방방곡곡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딱지로 접어 썼기에 '딱지본'이라고 부르는 책은 '육전소설'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당시 국수 한그릇 값이던 6전밖에 하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서민들이 쉽게 사서 읽을 수 있던 것으로 서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만든 국문소설책이다. 1907년 이후 등장해 1950년대까지 대중적으로 읽힌 독서물이다.

"이러한 딱지본은 서민들에게 문학 전파에 지대한 역할을 한 책입니다. 그럼 이렇게 화려한 딱지본의 표지는 누가 그렸을까요?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렸던 거죠. 당대의 문학적 흐름과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성향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1948년 윤영춘 작 무화과의 표지그림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1955년 나온 현대문학 창간호의 표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예 스승이었던 소전 손재영 선생의 글씨다. 또 표지그림은 한국미술계의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의 선두주자가인 김환기 화가의 작품이다.

1946년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이 공저한 일제 말 암흑기의 어려움을 직·간접으로 표출한 광복 후 최초의 창작시집인 청록집, 1951년 발간된 진달래꽃, 1954년 발간된 한용운의 님의 침묵, 도종환의 접시꽃당신 초판본, 법정스님의 무소유 초판본 등은 시대를 초월하는 귀중한 자료들인 것이다.

또한 19060~198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 충북의 작고문인들 도서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30여년간 고서를 수집해온 강 수필가는 조선시대 서당에서 쓰인 고서와 개화기 교과서, 일제 강점기 교과서, 딱지본, 시집, 소설집 등 한국 출판문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책 7쳔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에서 엄선한 360권을 선보였다.

"책 속에는 문학과 그림의 만남, 문학과 서예의 만남 등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책들도 100년 전후의 것들인데 역사와 기록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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