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과거에는 남의 일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비판했으면서, 지금에 이르러 관용적인 잣대로 본인의 일을 합리화하는 사람의 태도를 비꼬아 '내로남불'이라 한다.  

요즈음 들어 부쩍 언론이나 유력 인사들도 자주 사용하기에 그럴듯한 일화를 가진 정통 고사성어인듯 하지만, 실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등과 같이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우스게 유행어같은 사자성어이다.   

그 유래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1990년대 짧은 말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정치권에서 자신의 정적을 비난하는 용도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일반 유행어는 특정시기에 특정계층이 사용하다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내로남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중이 널리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생긴 지 이십년이 지났음에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내로남불'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그만큼 많은 탓이다. 

어찌보면, 변호사의 주된 업무가 '내로남불' 주장이다. 법정 다툼이 있으면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달리 해석한는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주장은 '불륜'이고 우리 의뢰인의 사정은 '로맨스'라는 말을 조금 더 격조있어 보이게 법을 빌어 이야기할 뿐이지 본질은 '내로남불'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당연히 필자의 일상은 '내로남불'을 관철하는 글과 말로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다. 변호사의 상담은 당신이 피고인가 원고인가, 채권자인가 채무자인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를 확인하면서 시작한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불륜으로 접근할 것인가 로맨스로 볼 것인가라는 이해의 전제가 필요해서다. 

필자는 종종 아주 비슷한 사건을 두고 아침에 우리 의뢰인이 행한 일을 로맨스로 설명하고, 저녁에 다른 의뢰인이 당한 일을 불륜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중인격자인가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진짜 조금!) 달리하고, 발생한 일이나 결과에 대한 감수성을 약간(진짜 약간!)만 조절하고 나면 세상에 이해 못 할 사건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일까. '내로남불'하다면서 누군가를 강하게 비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필자는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 자기도 '내로남불'하면서...
'내로남불'하지 않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 성경을 모두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꼼꼼히 찾다보면 아마 인간의 모습으로 잠깐 세상에 왔다 다시 신의 위치로 돌아가신 예수님도 땅위에 있을 때 '내로남불'한 태도를 보였던 적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마도 부처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권택인 변호사
권택인 변호사

'물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절대적인 자연현상과 다르게 인간관계는 절대적으로 상대적이다. 따라서, '내로남불'은 '사람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이를 좀 더 선해하여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하고 싶다. 

의학계에서도 '내로남불'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로 이해한다.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인이나 타 집단을 평가할 때는 내재한 성격, 동기, 태도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보이고, 반대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가할 때는 원인을 외부환경, 우연성, 사회문제 등에서 찾는 이른바 귀인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처지에 따라 같은 결과에 대하여 완전히 다른 평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신의 완결성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을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내로남불'이라며 타인을 공격하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내 뒤통수로 돌아오는 부메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조금은 뻔뻔해 보이더라도 남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하여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이 칼럼에 담고자한 메시지를 사자성어로 정리해 본다. '그그지지'. '내로남불'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지 않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