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문화와 적자생존
기록문화와 적자생존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9.09.03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대개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중 알듯한 내용을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끄덕이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모두 이해하고 알아들은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해 내려면 정확한 내용이 뭐였더라?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그럴때 우리는 공책에 메모를 하며 중요한 것은 밑줄도 긋고 별표에 당구장 표시까지 하면서 표시해 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다가도 그때의 내용을 적은 것을 보면 잊었던 당시 내용들이 떠오른다. 이런걸 보면 메모라는 것이 참 신통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내 경우도 취재를 하면서 그냥 듣기만 하면 정확한 내용을 기억해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꼭 취재수첩에 내용을 적거나 녹취 후 다시 수첩에 메모로 옮긴다. 그래야 정확한 기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청주에서 2019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렸다. 디지털의 발달로 활자로 된 책 보다는 모바일에서 뉴스나 정보를 얻는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활자로 된 종이책을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특히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족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관람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곳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진행된 '근대도서 콜렉션 100년' 전시였다. 이곳에는 강전섭 수필가가 30여년간 모은 희귀 딱지본, 시조집, 문학잡지 창간호, 수필·평론집, 청주 출신 작고 작가 작품 등 근대 문학의 흐름과 청주 문학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됐다.

그가 모은 고서만해도 7천여권.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에서 엄선한 360점을 볼 수 있었다.

강 수필가가 이러한 책들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도 간단하다. 대학원 논문을 쓰려고 자료를 구했지만 도서관에서 조차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집한 최근 100년 사이의 자료들이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자료가 된 것이다.

특히 그가 소장한 옛 청주군 시절 문헌과 중앙공원 내 도청이 있었을 당시의 자료는 그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청주시가 문화도시 선정의 목표로 삼은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오는 15일까지 청주시민의 삶의 기록물도 수집중이다. 수집 대상은 삶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는 개인 소장 기록물로 각종 문서자료(일기, 편지, 증명서, 메모, 책자 등)와 시청각류(사진, 필름, 동영상 등)는 물론 각종 인쇄물(포스터, 전단, 엽서, 월급봉투 등) 과 박물류(신분증, 배지, 상장, 상패 등) 등이 해당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기록물로 남겨 놓은 자료들이 후세에 기록되고 그것이 역사로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 청주는 137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찍어낸 우수한 기록문화 창의도시이다. 그런만큼 현 시대의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기록해 후대에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적자생존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음 그대로 직접적인 의미를 부여해 '적어야 산다'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맞는 말이다. 이번 독서대전은 적는 자만이 살아남아 역사의 증인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기회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