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사가 중단된 채 오랫동안 방치된 건축물들이 변신의 기회를 맞았다면 이를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도 정부에서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정비 사업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적게는 수년에서부터 많게는 수십년간 방치돼 흉물로 전락한 이들 건축물들은 범죄와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주변 미관을 크게 해치는 등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 등에서는 이해관계자 등과 함께 공사중단 건축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더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에게 공적인 기능이 주어진다면 이는 공공을 위한 활동이 되는 것이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대상지 14곳 가운데 충청권 소재가 7곳이나 된다. 당장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 들어가는 본 사업 대상지가 3곳이며 본 사업 지연에 대비한 예비사업 대상지가 4곳이다. 이들 가운데 계룡산국립공원 갑사 입구에 위치한 공주시 계룡면 숙박시설이 본 사업에, 국도 36호선 충청대로 바로 옆에 위치한 증평군 증평읍 공동주택이 예비 대상지에 포함됐다. 한마디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대표적 흉물들이다. 더구나 방치 기간도 26년, 24년에 달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의 골칫거리였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은 이같은 건물들을 공공임대주택, 복합문화공간 등의 생활SOC(사회간접자본)로 재건립하는 사업이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자체 등과 해당 지역 및 건축물의 특성에 맞춰 사업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때론 사업자로 참여하게 된다. 실제 제 1호로 추진된 경기도 과천 병원 정비사업의 경우 LH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7월 착공식을 가졌다. 지정이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계획을 세우고, 토지·건축물 매입, 사업승인 등의 절차를 밟다보니 4년만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첫 사업성과라는 점에서 주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을 것인데도 이 정도의 시간 걸린 만큼 다른 사업들도 결코 진행이 수월할리 없다. 더구나 장기간 방치돼 소유권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건물 노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추진될 사업들이 풀어가야할 과제를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큰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사업의 성패가 참여자들의 협력과 노력에 달렸다는 의미다. 멍석이 깔렸으니 이제 재주를 부릴 차례인 셈이다.

이들 건축물의 정비사업이 중요한 것은 단지 해당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의 주거환경, 경관 등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주로 도심속에 위치한 이들 방치 건축물들은 도심 쇠락을 부채질하는 존재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사중단 2년을 넘긴 건축물이 387곳이나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번을 기약할 수 없다. 해당 지역 주거환경 개선의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묶은 과제이면서 복잡한 관계가 예상되는 만큼 지자체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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