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가치 '孝'… 과거와 현재 잇는 특별한 여행

뿌리공원 전경 / 대전 중구청 제공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 지나간 후이며 애닯다 어찌하리 /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송강 정철 <훈민가> 中 '어버이 살아신 제'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대전 중구에는 효를 테마로 한 특별한 공원이 있다. 민과 관이 협조체제로 조성한 뿌리공원이 그곳이다. 뛰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체험학습장과 한국족보박물관까지 갖추고 있어 전 세대가 함께 찾아도 좋을 의미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전시는 3년 전, 공원 인근에 효문화진흥원을 개원했다. 전시와 체험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지면서 뿌리공원과 효문화진흥원을 찾는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추석 명절, 의미 있는 가족여행지로 추천한다.

#성씨 조형물와 족보박물관

한국족보박물관 전경

조형물 수 244개. 뿌리공원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성씨조형물이 있다. 성씨별 씨족, 조상의 유래가 조각된 조형물은 사라져 가는 경로효친 사상의 회복과 조상의 뿌리에 대한 의식 개선을 돕는다.

뿌리공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한국족보박물관이다. 국내 유일의 족보전문 박물관으로 5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족보의 체계와 역사 등 전통 문화와 가족 생활사에 관계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족보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는 족보의 체제, 편찬 과정을 설명하는 족보의 간행, 광개토대왕릉비에서 현대 전자 족보까지 변천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족보의 역사', 조선시대 왕의 계보표와 왕실의 족보, 조상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담겨 있는 족보의 효 정신과 뿌리공원의 역사를 테마별로 정리해 놓았다.

대전 중구청은 매년 효와 성씨를 주제로 나의 뿌리를 찾아보고 조상의 얼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대전효문화뿌리축제를 가을에 개최하고 있다. 세대간 소통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올해 열리는 제11회 대전효문화축제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유등천 만성보 위에 놓인 만성교를 지나야 접할 수 있는 뿌리공원은 경관이 빼어난 데다 인근에 생태숲과 산림욕장, 국궁장, 전망대, 산책로, 캠핑장까지 갖추고 있어 주말 나들이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연간 150여 만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성씨 조형물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2단지 조성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중구청은 뿌리공원 2단지 사업으로 효문화 뿌리마을 조성 사업을 진행중이다. 유교문화 자원을 연계한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 중구청은 뿌리공원 2단지가 완공되면 부리공원과 보문산, 오월드, 신채호 생가, 유회당, 창계숭절사 등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돼 체류형 관광사업으로의 육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뿌리공원은 1997년 개장했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효체험

한국효문화진흥원 전경 / 효문화진흥원 제공

유등천을 사이에 두고 뿌리공원 맞은 편에는 대전시 출자·출연기관인 한국효문화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뿌리공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도 진흥원이다.

효문화체험관과 효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세대통합 효교육을 진행할 때 호응이 높다. 특이 전통적인 효의 의미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어린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나는 주제는 머리로 이해하는 효다. 역사 속의 효 사상을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자식이 부모를 업고 있는 조형물은 부모와 자식간의 하모니, 세대 간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부모의 10가지 소중한 은혜를 글과 그림으로 나타낸 보물 제750호 불설대보부모은중경 내용도 전시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1797년(정조 21년)에 이병모 등이 왕명에 따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엮은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더해 엮은 '오륜행실도' 역시 보기 좋게 시각화 했다.

머리로 이해하는 효 전시장을 지나면 이번에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효느낌실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 활동과 예술활동을 통해 효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효 명언 및 사자성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했으며 여러 시대별 편지는 가족 사랑의 표현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체험 활동으로는 부모님께 영상 편지 보내기, 몸으로 새기는 효, 미래의 나의 모습을 알아보는 코너가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놀이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효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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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효문화진흥원 전경 / 김정미

세번째 전시장 테마는 마음으로 공감하는 효다. 효공감실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아름다운 효 이야기를 동영상과 패널, 유물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효녀 심청 이야기를 비롯해 효자 도시복 이야기를 영상과 패널로 구성했고 정조와 문익점, 김만중, 이순신 등 위인들의 효행 사례를 유물과 함께 전시했다. 또한 장애를 극복한 효자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효녀 심청 이야기는 효공감실의 메인 테마다. 공양미 300석의 의미도 알 수 있다. 숫자 3의 효와 종교에 관련된 상징적 의미(삼강오륜, 삼배 등)와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 100을 곱해 300석이라는 숫자가 나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흥미롭다. 공양미 300석은 80kg 쌀 54가마니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늘날 시세로는 약 1억원 내외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눈먼 아비를 홀로 두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심청이 과연 효녀가 맞는가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진다. 화석처럼 굳어진 가치가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 발전하는 가치가 효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효문화진흥원은 효라는 것이 과거에 존재했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우리 삶 속에 깃들어 있는 중요한 가치임을 현대적 해석과 체험, 다양한 사례로 소개한다.

직접 제작한 알루미늄 지게에 아버지를 모시고 금강산에 올랐던 지게 효자 이군익 선생, 열두 살 때 어머니가 위독해 10km를 달려 의사를 데려왔으나 결국 어머니를 여읜 후 기차처럼 빠르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던 헨리 포드, 자식들에게 최고의 효도는 독서라고 가르쳤던 다산 정약용 선생, 술에 취한 아버지가 눈길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외투를 덮어주고 함께 동사한 충북 보은의 효자소년 정재수 이야기까지 효문화진흥원의 소개하는 효의 사례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삶 속의 효 실천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효문화진흥원은 현대에도 효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교육적 가치임을 일깨운다. 자녀를 생각하며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적었다. "세상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너는 우리의 보물이란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기록한 글은 이랬다. "눈물만…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다. 해외로 눈 돌릴 필요도 없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여행. 뿌리공원과 효문화진흥원을 찾아보자. 부모와 자녀가 함께라서 더 좋은 공감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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