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학교의 풍경 Ⅱ - 지금, 여기에서
행복씨앗학교의 풍경 Ⅱ - 지금, 여기에서
  • 중부매일
  • 승인 2019.09.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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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이야기] 박행화 옥천여중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한 학기를 여유 있게 맺음으로 정리했으면 싶었지만, 우리 학교의 학기 말은 학생이나 교사나 더욱 분주하기만 하다. 평소에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을 '자기개발시기프로그램'이라는 학년별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학급 전체가 참여하게 하고, 등위를 나누지 않는다. 기존에 '00대회'라 칭하던 명칭을 '00발표회'로 바꾸었고, 상장이름도 '절대음감상', '옷이날개상', '일심동체상', '함박웃음상', '신의 한 수상' 등으로 발표회 성격에 맞게 바꾼다. 이는 시상에 연연하기보다는 참여하는 자체에 기쁨을 갖고 친구와의 어울림의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쟁의 문화에서 벗어나 운동부, 특수반 학생들도 참여 할 수 있는 화합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우리 학교의 자기개발시기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1학년은 '시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송찬호 시인의 시에 곡과 동작을 넣어 학급 발표를 하였고, 송찬호 시인도 초대하여 '시인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또한 '세계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영어·일본어 노래를 1곡씩 선택해 학급별 발표시간도 가졌다.

2학년은 '패션쇼'를 주제로 각 반에서 특색있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나랑 영화 볼래? 만화 볼래?', '트릭쇼', '리드라마', '타임머신', ' WEDDING', '선생님, 따라 해보세요. 요렇게'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은 캐릭터 분석, 영상선택, 음악 편집, 특수분장 등의 종합연출력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작품연출력도 감동이었지만, 더욱 감동시킨 것은 한 반의 공연 중에서 한 파트가 영상과 음향이 렉에 걸려 안 나오자, 사회자가 '여러분 우리 같이 노래를 부를까요?'하며 선창해 선후배 모두 한맘으로 야유나 불평 없이 떼창을 불러 무리없이 공연을 마칠 수 있었던 것과, 마무리 무대청소였다. 반별 공연이 끝날 때마다 색종이와 소품으로 어질러진 무대를 자치회 학생들이 어찌나 순발력 있게 청소를 하던지..., 아! 이런 기특함이란~

3학년은 독서캠프 '책으로 만나는 세상'이란 주제로 책 한 권 읽기 활동을 펼쳤고, 자신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가진 6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그중 '열여덟 너의 존재감', '나의 첫 젠더 수업', '고장난 거대 기업'과 관련된 해당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였다. 특별한 것은 학생들은 사전에 책을 읽고, 강사에게 사전 질문지를 보내어, 그 질문지를 바탕으로 강연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단순히 책 한 권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전문가와 소통하고, 활동 사례를 들으며 세상을 더 넓게,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의 내용만 보면 우리 학교문화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명작은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린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이들이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는 뒤에서 물꼬를 트는 역할만 한다. 많은 학생이 참여 기회를 갖도록 하고, 모든 행사 진행을 아이들 주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동아리활동도 동아리 조직도 아이들이 하고, 각종 행사의 사회도 학생회가 자치적으로 오디션을 보고 사회자를 뽑는다. 교내 행사 현수막도 아이들이 직접 제작하고, 무대 뒤에서 공연 순서와 입 퇴장 관리도 학생자치회가 알아서 한다, 공연리허설을 하고 나면 선배가 후배들에게 보강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선후배 관계를 맺고 있다.

행복씨앗학교의 5년, 우리들의 결실이 뭘까를 고민해본다. 서로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학생들의 자발성을 키우고, 그 자발성이 자존감을 만들어,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자신에게 긍정 메시지를 보내며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학교문화를 이룬 것이 아닐까?

우린 항상 우리에게 묻는다.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주면 어떨까? 사소할지라도…." "부정 언어보다 긍정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면 어떨까? 감정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우린 항상 우리에게 답한다.

"함께 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함께 하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결국은 존중과 협력이 생겨난 것을", "하나의 작은 성취들이 더 큰 경험으로 도전케 하며, 성장을 거듭 할 수 있다는 것을….","불가했던 무모한 시도일지라도 함께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학교현장이 암울하다지만, 변화를 위해 작은 것부터 한 번 더 시도해보면 어떨까?

"매번 똑같은 짓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새기며, 어둠을 벗어나려면, 어둠을 지나쳐야 하듯이, 불평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옆 사람과 손잡고 서로 이끌면서 한 발자국씩 '어둠 벗어나기'를 시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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