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이 엊그제 자연경관 훼손을 이유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신청을 불허한 충북 영동군의 손을 들어준 것은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결이다. 영동군은 모 태양광발전업체가 지난 2017년 1월 황간면 임야 2만2천430㎡에 996kw급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지만 자연 경관 및 미관 훼손, 집중호우 등 우수(雨水)로 인한 산사태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태양광 설비 보급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자연환경파괴를 막는 계기가 돼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의 상징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업체들은 산과, 들판, 호수와 저수지등 입지가 좋고 돈만 된다면 마구잡이로 태양광 패널로 뒤덮고 있다. 이 때문에 울창한 산림 녹지와 아름다운 경관이 파헤쳐져 흉물스런 몰골을 드러내고 산사태와 토사 유출, 수질오염도 잇따르고 있다. 또 지역 사회에선 태양광 설비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인허가 비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이 속출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 고삐를 당기는 한편 전체 전력 시장의 4%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를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며 태양광발전사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정부가 태양광 설비 보급에 집중하면서 국토의 효율적 관리나 환경 보호, 부실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한 규제는 뒷전이었다. 임야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대체 산림 조성 부담금을 면제해 주거나 일부 발전소에 보조금 가중치도 부여했다. 저리 융자 등 금융 혜택도 주고 지자체의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이었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을 통해 개발이익을 취하려면 업자들이 몰려들면서 우리의 산하가 황폐화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는 낳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미명아래 숲이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가면서 최근 3년 간 훼손된 산림 면적은 4,407ha에 달했다. 이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6,040개 규모와 맞먹는 면적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 1천640곳의 저수지에 수상태양광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파괴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삼천리금수강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림 면적률이 높은 나라는 산림 생태의 건강 여부에 따라 물을 머금는 양이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나라 산림이 머금는 물의 양은 수자원총량의 14%인 약 180억 톤에 달한다. 숲은 곧 자원이지만 태양광발전사업에 떠밀려 폄하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면서 울창한 숲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숲이 사라진 산자락은 태풍과 집중호우에 붕괴돼 산사태를 야기하거나 인근 주민들의 논밭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 15~20년 주기로 발생하는 태양광발전설비 폐기물 처리대책도 시급해졌다. 태양광설비의 확대는 국토훼손 뿐만 아니라 석탄과 LNG발전 비중을 높여 '비싼 전기' 공급으로 미세먼지 등 환경악화를 낳고 장기적으로 전력수급 불안을 예고하고 있다. 재난을 예방하고 환경을 보존하려면 분별없는 태양광시설은 규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태양광 시설에 제동을 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소중한 의미가 있다. 타 지자체도 영동군의 승소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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