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재)충주중원문화재단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재단의 직원인 관리책임자가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의 공연사업비 일부를 기획비와 연출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중근 충주시의회 의원은 지난 3일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우륵국악단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한 '신나는 국악여행'의 공연사업비 가운데 일부가 기획비와 연출비 명목으로 중원문화재단 관계자의 통장으로 입금됐다"고 폭로했다.

우륵국악단은 공모에 선정됐지만 한문연과의 사업계약 주체가 될 수 없어 충주중원문화재단이 직접 이 사업을 계약하고 예산까지 집행했다.

우륵국악단은 이 공모사업 선정으로 지난해와 올해 충남 청양군과 전남 순창군, 강원도 화천군에서 각각 3천여 만원의 사업비를 받고 공연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해당 정산자료를 확인한 결과, 충주중원문화재단은 지난해 5월 청양군 공연과 지난해 11월 순창시 공연의 기획비와 연출료 명목으로 재단 관계자의 통장으로 각각 25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계약서는 재단 관계자와 이사장인 조길형 충주시장의 결재까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의 말대로라면 결국 재단 직원인 A씨가 셀프결재를 통해 재단의 사업비를 자신의 통장에 입금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시 관계자의 설명은 더욱 가관이다.

시 관계자는 "A씨 계좌로 입금된 연출·기획비는 개인이 쓰지 않고 공연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잡비로 쓰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해당 공연사업비 내역에는 공통경비를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이 따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통장에 입금해 경비로 사용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실제 기획이나 연출을 하지 않은 A씨의 통장에 재단이 기획·연출비 명목으로 돈을 입금시킨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재단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시가 이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눈을 감았다면 범죄행위를 방조한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무엇보다 심각성이 큰 것은 그동안 재단의 각종 파행적인 운영이 시의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았는데도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충주중원문화재단은 그동안 추진하는 일마다 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드러난 문제점만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미 모든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재단은 그렇다 치다.

재단을 관리감독해야 할 충주시는 어떤가.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시의회가 재단의 파행을 문제삼아 시에 수차례 관계자 교체를 요구했고 올해 당초예산 가운데 재단 관련 예산의 절반 정도를 삭감하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시는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는 문제를 덮는데만 급급했다.

시는 오히려 문제점을 지적한 시의회와 언론을 원망해 빈축을 샀다.

실수나 잘못에 대해 반드시 피드백이 있는 조직이라야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재단이나 충주시가 취하는 자세는 그렇지 못해 보인다.

시는 지금까지 드러난 재단의 문제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하다.

문제점을 덮고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가 과연 이번에 불거진 재단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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