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의 건축여행 - "나는 신화이다" 가우디의 구엘 별장 파빌리온
김홍철의 건축여행 - "나는 신화이다" 가우디의 구엘 별장 파빌리온
  • 중부매일
  • 승인 2019.09.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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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구엘별장./ 건축의 탄생에서
가우디의 구엘별장./ 건축의 탄생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면, 가우디 건축 중에 용이 아가리를 벌린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건축을 볼 수 있다. 이는 구엘이 가우디에게 의뢰한 구엘 별장(Los Pavelloness de la Finca Guell, 1884~1887)이다. 이 건축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

헤라클레스는 황금 열매를 가지러 세 명의 님프가 있는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으로 가야했다. 하지만, 그는 황금열매 동산이 서쪽 세상 끝 어딘가에 있다고만 알았기에 바다의 신 네레우스를 끝까지 쫓아가 동산의 위치를 알아냈다. 헤라클레스는 동산으로 가는 도중 땡볕아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발견하고 즉시 구해줬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그에게 헤스페리데스 세 님프의 아버지가 아틀라스라는 것을 알려준다.

헤라클레스가 동산에 도착하자 황금 열매를 지키고 있는 것은 세 님프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들의 곁에서 황금 열매 나무를 지키고 있는 머리 100개 달린 용인 라돈을 보고나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뒤로 물러나 아틀라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는 아틀라스에게 어깨 위에 있던 지구를 대신 들어줄 테니 황금 열매를 가져오라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아틀라스가 열매를 가져오자, 그의 어깨에 지구를 다시 올려놓고 그 열매를 가져가 버렸다. 헤라클레스를 막지 못한 벌로 그 자리에서 헤스페리데스의 세 님프는 각각 포플러나무, 버드나무, 느릅나무가 되어버렸고, 라돈은 뱀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뱀자리가 됐다.

헤라클레스는 왜 동산에서 황금 열매를 가져오려고 했던 걸까?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아내인 헤라를 두고 다른 여자와 외도해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런 헤라클레스를 헤라가 좋아할 리가 없었는데, 오히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왕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헤라로선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보다 늦게 태어날 예정이었던 에우리스테우스를 2개월 먼저 태어나게 해서 헤라클레스가 왕이 되는 걸 막았다. 하지만 질투심에 눈이 먼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에우리스테우스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한 헤라클레스에게 광기를 불어넣어 그의 자식을 직접 활로 쏘아 죽이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그 죄책감을 씻으려고 델포이에서 신탁을 받아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되어 열 가지 과업을 이행해야만 했다. 열 과업 중에는 무시무시한 사자와 독사를 죽여야 하는 일도 있었고, 황소를 포획하고, 30년도 더 된 외양간을 청소해야 하는 어려운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과업을 진행하던 중, 헤라클레스가 다른 이에게 대가를 받거나 도움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황금 열매를 가져와야 하는 일 뿐만이 아니라, 하데스의 수문장을 생포해 와야 하는 일을 추가로 해야 했다.

건축가 가우디는 이 이야기를 구엘 별장 파빌리온에 고스란히 구현했다. 구엘 별장은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역 대부호였던 구엘이 가우디에게 의뢰했던 첫 건축이다. 구엘 별장은 새로 지은 건축이 아니라 건축가 후안 마르토렐 몬테예스(Juan Martorell Montells)가 먼저 짓고, 훗날 구엘이 이곳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가우디에게 황금열매 신화를 부탁하며 증축, 개조한 건축이다. 가우디는 구엘의 요청에 따라 문 양쪽에 있는 기둥에는 황금 열매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올려 놓았고, 기둥의 중간에는 구엘의 이니셜 'G'가 새겨넣었다. 그리고 기둥 사이 출입문에 아가리를 크게 벌린 용을 만들어 구엘의 위용을 과시했다. 용의 형태는 하늘 뱀자리의 형태와 닮게 철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표현했다. 이는 가우디가 어렸을 적, 무쇠를 세공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다. 이 문은 구엘 가족만 출입할 수 있었던 문이었다. 담벼락을 봤을 때, 좌측에는 경비실이, 우측에는 마구간이 배치해 있는데, 위로 솟은 세 개의 *큐폴라는 트랜카디스라는 가우디만의 특별한 타일 모자이크로 장식했다.

이렇게 구엘은 자신을 신화에 빗대어 이곳 카탈루냐의 최고 권력자임을 자청했다. 구엘은 자신이 신화같은 존재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이 별장을 황금열매 동산으로 꾸며 일반인들은 범접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황금열매 동산과 같았던 구엘별장은 현재 경비실과 마구간 등 시설이 몇 개 남지 않아 있는 곳으로 행색이 초라해진 걸 보니, 이는 분명 헤라클레스가 다녀왔음이 분명하다. / 건축의 탄생 저자

* 헤스페리데스의 님프는 세 명 혹은 네 명으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 라돈은 용이 아닌 뱀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든 신으로,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벌을 받은 거인족 신이다.

* 큐폴라(cupola)는 지붕 위에 컵을 거꾸로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긴 작은 돔으로, 빛을 들이고 공기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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