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러시아에서는 일찍부터 정적(政敵)은 물론 볼셰비키(구소련 공산당)에 비판적이거나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하여 국내 추방을 추진했는데, 다른 나라로 추방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극한의 시베리아 등으로 유배를 보냈다.

수백만명의 반체제 인사들이 수용된 흩어진 수용소들을 군도에 비유한 솔제니친의 소설 '수용소 군도'가 나오기까지(1973년)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터키의 풍자 작가 아지즈 네신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정부 정책 비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유배형을 선고받고, 유배지 생활을 그린 소설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를 썼다. 그는 사후에도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국민작가로 널리 추앙받고 있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저서 '대변동'에서, 기능적인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높은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정부 정책을 반대할 권리의 인정, 다양한 시각의 용인, 투표에서 패배할 가능성의 수용, 정치력이 없는 힘없는 사람에 대한 정부 보호'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식때 대통령 경축사에 거의 박수를 안친 제1야당 대표에 대하여 "무례함과 협량함에 말문을 잃는다"는 여당 대변인의 논평을 보고 북한 장성택의 불경죄가 생각났다.

불경죄는 전제군주제에서 그리고 1947년 이전 일본에서 적용되던 죄이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역설했다,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용비어천가 제2장 첫 구절처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찬란하고 열매가 많나니'

그런데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그동안 "오지랖 넓다", "겁 먹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어댄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더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경축사에 대해 "섬나라 족속에게 당하는 수모를 씻기위한 똑똑한 대책이나 타들어가는 경제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도 없이 말재간만 부리었다",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고 있다",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다"며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고 비하했다.

이에 대하여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북한에서 쓰는 언어가 우리와 다르다", "북에서 수위를 조절했다"고 감쌌다.

비핵화를 위한 인내의 정략일지는 모르겠으나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조선말대사전'과 '북한어휘사전'을 펴놓고 아무리 찾아봐도 그들이 사용한 언어중에 우리와 다른것은 없었다.

조선 세종때 함길도(함경도) 관찰사로 국경을 지키던 김종서 장군의 시조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에서 삭풍은 겨울철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맵고 찬 바람이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수년 전의 협박을 떠올리니 모골이 송연하다.

여름밤 전등불 아래서 수직상승춤을 추는 하루살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 밤이 지나면 어차피 죽어서 바닥에 떨어질텐데 잡아서 무엇하리. 하루를 살아도 기분좋게 춤추며 살아야지!'

짝 찾아 죽어라 울던 매미도 사라지고 처마 밑 제비도 떠나갔다.

귀뚜라미, 잠자리가 코스모스를 데리고 왔다.

책 일기 좋은 계절에 걱정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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