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적립금이 정부가 당초 전망한 2057년보다 3년 더 앞당겨진 2054년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초저출산 기조가 더욱 뚜렸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대와 경제구조의 중주적인 세대인 30대는 열심히 일하고도 안정된 노후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엊그제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현재처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은 올해 681조5000억 원에서 20년 뒤인 2039년 1430조9000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는다. 하지만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2040년부터 급속히 감소해 2054년엔 적립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20년 뒤부터 국민연금 감소가 본격화 될 경우 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현재 4050세대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고령화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한국은 이웃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인구가 28%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서 노후안정을 위해 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보고서가 얼마 전 일본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이던 지난 2004년 연금 제도를 개혁하면서 '100년 안심'을 구호로 내걸고 전 국민이 100세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연금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 와서 정부의 연금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겼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작년 8월 '국민연금' 지급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을 국민연금 재정전망 보고서는 말해주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사람은 많아져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기금이 바닥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스튜어트십 코드 적용 등 국민연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다보니 올 국민연금 수익률은 7개 주요 글로벌 연기금중 바닥권(5.51%)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민연금 고갈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고령세대의 노후불안은 가중된다. 우리나라가 2045년부터 세계 1위 고령국가가 될 것이란 통계청 전망 때문이다.

향후 20년 후에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7.0%로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201개국 중 가장 높아진다. 그 때 쯤 이면 한국인 10명 중 절반이 고령인구가 된다. 지금도 고령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현실에서 노인 셋 중에 한명은 먹고살기 위해 일터에 나간다. 인생의 황혼을 안락하게 보내야 할 노인들이 빈곤에 내몰리는 모습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될 터이다. 그 많은 인구가 국민연금 감소로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면 장수가 재앙이 될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이 "급여수준 하향, 수급개시연령 연장 등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지출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연금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담은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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