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의 독특한 창작방법 3가지로 압축해 정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30여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새로운 감성과 지성'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진명 시인이 '좋은 시의 비밀-1'을 출간했다.

정 시인은 "좋은 시는 읽는 순간 가슴에 와 닿지만 그런 이유에 대해서는 선뜻 설명할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상당한 안목과 이론 지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사 출신인 정 시인은 학교에서 배우는 시 수업이 그런 것들을 가르친다며 교과서에는 좋은 시를 싣고, 그런 시들이 왜 좋은 지를 배운다고 했다.

정 시인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공부를 무려 12년이나 하지만 시를 보는 안목은 점점 더 낮아지고 시는 점차 어려워진다. 그 까닭은 학교에서 배우는 시가 주로 평론가나 학자들이 밝힌 내용을 시험용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학술 용어에 치여서 시를 보는 눈마저 점차 잃어가는 것이다. 개구리를 잘 알려고 해부했더니 정작 개구리는 죽어버린 꼴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좋은 시가 지닌 비밀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정 시인은 이 책에서 다른 문학 갈래와 달리 시는 시만의 독특한 창작방법을 3가지로 압축해 정리한 다음, 각각의 시에서 그 방법들이 어떻게 변주돼 적용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시 갈래론은 서정시, 서사시, 극시인데 이런 식의 분류법으로는 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학문으로서는 의의가 있겠으나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정 시인은 시인들이 어떻게 상상력을 구체화하는지를 분석해 3가지로 나눴다. 그 결과 시 창작의 원리는 '빗대기(비유 상징), 그리기(이미지), 말하기'라는 3가지임을 밝혀냈고, 이번 책에서 그것이 각각의 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시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정 시인은 2018년에 '우리 시 이야기'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이번에 나온 '좋은 시의 비밀-1'은 이런 원리가 각각의 시에 어떻게 적용되고 응용되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정 시인의 이런 과감한 시도는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후 시 갈래 이론으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 지금까지 나온 시집들 1천권을 읽고 분석해 그 중에서 43편의 시를 뽑았다. 1차로 근대시의 시작부터 김수영 시대까지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한 데는 정 시인이 보기에 한국 현대시의 분기점이 4·19와 김수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이에 대한 설명도 책의 내용에 담겼다. 김수영 이후의 시는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정 시인은 "모든 시에는 상상력의 발화점이 있다"며 "그 상상의 발화점을 찾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고, 시를 쉽게 그리고 깊이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앞서 설명한 '빗대기, 그리기, 말하기' 3가지 방법이다. 시에서 이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면 지금까지 애매모호하던 구절까지 또렷이 의미를 드러낸다. 그래서 감상은 물론 창작의 고민까지 한꺼번에 해결된다.

정 시인은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해 충북작가회의 회원이며 시문관 동인이다.

시집으로는 '과녁을 잊다', '완전한 사랑', '노자의 지팡이', '용설', '활에게 길을 묻다', '정신의 뼈', '줄넘기와 비행접시', '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단양도설', '주말의 사랑'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우리 시 이야기', '시를 보는 새로운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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