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깬 가변형 벽 설계, 교실의 '무한 변신' 이끌다

청주소로초등학교는 '교실은, 복도는, 시청각실은 이래야 한다'는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바꿔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공간과 공간의 경계인 벽을 가변(可變) 형태로 설치해 사용하는 주체의 용도에 맞게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해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

특히 학교 시설물 곳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이들이 매일 사용하는 교실 미닫이 출입문의 손잡이는 저학년부터 고학년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신장에 맞춰 이중으로 부착했다. 또 미닫이문 중간에 설치된 '도어 스토퍼', 화장실 앞 복도바닥에 그린 '문 열림 주의' 사인 등 아이들의 안전사고에 대비한 노력도 엿보인다.

청주소로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조성이다. 학교 건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대지와의 턱을 제거했다. 건축학적으로 단차(段差)를 줄여 장애학생들의 이동에 지장을 주는 불편함을 제거했다. 이러한 설계로 청주소로초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우수등급을 받았다. / 편집자

청주소로초 2학년 1반 아이들이 지난달 29일 마을 그리기 수업 결과물을 자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청주소로초는 지난 3월 1일 초등 10학급(184명), 병설유치원 6학급(93명)으로 신설 개교 이전한 학교다.

학교 시설은 도서실, 다목적실, 음악실, 미술실, 미디어실, 시청각실, 각종 동아리실을 비롯해 공기청정기와 최신의 냉난방 시설 등 쾌적한 교육환경을 구비한 4층 건물로 지어졌다.

청주소로초는 설계단계부터 건축전문가의 컨설팅과 교육관계자협의회를 통해 사용자의 의견을 수용해 학교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바꿨다.

이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오픈(OPEN)형 교실 구성이다. 교실 문을 가변 미닫이문으로 설치해 필요에 따라 문을 열고 수업한다. 또 수업내용에 따라 복도까지 교육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교실의 미닫이문에는 자석칠판을 설치해 수업결과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오픈 교실은 평소 아이들의 교실 안 활동모습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기자가 청주소로초를 방문한 지난달 29일, 2학년 1반 학생들이 오픈된 교실에서 마을 그리기 수업 중이었다. 아이들은 교실 문을 활짝 열고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서 편안하게 로드맵으로 관찰한 마을의 모습을 그렸다. 조별로 그림을 그리는 수업의 특성상 책상보다 바닥이 편할 것 같아 옆의 빈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2학년 1반 담임인 김수현 교사는 "3월부터 열린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걱정했던 소음문제도 거의 없고 미닫이문으로 인한 손 끼임 등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공간적으로 활용도가 높고 문에 설치한 자석칠판도 학습결과물 전시 등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이식 홀딩도어를 설치한 창의체험실.

4층에 마련된 창의체험동아리실은 복도와 연결된 벽면을 고정식이 아닌 접이식 유리 홀딩도어를 설치해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쓰도록 꾸몄다. 이 곳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실내 놀이터로 변신한다. 바닥에는 전래놀이 표까지 그려 놓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을 위해 시계도 비치했다.

시청각실은 고정의자가 설치된 계단식 시공을 탈피, 바닥을 평면으로 만들고 무대가 설치된 부분만 약간 높였다. 계단식 구조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의자도 유동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다각도로 쓰임을 넓혔다.

미술실과 음악실은 서쪽벽면 윗부분을 꽉 막힌 벽이 아닌 유리창으로 처리해 자연채광을 들어오도록 했다. 또 미술·음악실에는 입구에 별도의 준비실을 조성해 악기, 미술도구 등 학습 준비물을 보관하도록 했다. 이 곳은 방음·방염처리로 소음과 안전문제에도 신경 썼다. 과학실 또한 전기콘센트를 천장에 설치해 수업시간에만 책상 위로 이동시켜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

실과실은 급식실 옆에 위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방과후 요리교실 등 지도교사의 동선을 좁혔으며, 요리실습 식자재의 이용도 편리하게 했다. 전기스토브를 설치해 2학기부터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아침에 각자의 교실에 가방을 놓고 도서실로 모인다. 바닥에 엎드려 책을 보기도 하고 창가에서 친구들 등교하는 모습도 지켜본다. 청주소로초의 첫 번째 교육활동이 독서교육이다. 2학기에는 창가 쪽으로 책상과 의자를 설치해 카페처럼 만들 예정이다.

복도에 설치된 실내 화단도 이 학교만의 특징으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단에 수도시설을 만들어 식물을 편리하게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각 층마다 설치된 양치실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화장실과 분리된 공간으로 청결하고 특히 비 오는 날 아이들이 실내에서 이를 닦을 수 있어 좋아한다.

유치원 건물 앞에는 교사들의 의견을 수용해 원생들이 모래놀이를 끝내고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을 만들었다. 또 유치원 교실과 교실 사이에 아이들 화장실을 설치했다.

청주소로초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조성으로 공공시설 BF인증을 받았다. 현재 이 학교에는 3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교 정문에서 건물출입구까지 대지의 높낮이를 없애고 휠체어 사용자의 편리성을 높였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을 연속으로 연결했다. 건물에서 운동장까지도 경사로로 이어진다. 다목적교실에서 유치원건물까지는 약 3m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비가림막을 설치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 교사동 출입구 전면에는 음성안내 장치와 도움 호출 벨이 부착된 점자 안내도를 설치했다.

건물내부도 마찬가지다. 실내체육관인 다목적교실에는 무대까지 경사로를 넓게 설치해 휠체어 이동통로를 확보했다. 이 곳에는 장애학생 전용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갖췄다. 시청각실도 무대 한쪽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계단에는 시각장애인 등이 시인성 확보와 미끄럼 방지를 위해 노란색 미끄럼 방지 논슬립 테이프를 부착했고 계단 손잡이는 시작과 끝 부분을 둥글게 마감 처리해 옷이 걸리지 않도록 했다. 휠체어의 편리성을 위해 교실 미닫이문 프레임도 매립 시공했다.

학교건물과 외부 바닥과의 단차 줄임 등 장애 없는 환경조성이 폭우 등 자연재해 시 어떤 작용을 할지 지켜본 뒤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청주소로초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57년 옥산국민학교 소로분교장 인가, 1959년 소로국민학교로 승격, 1960년 소로국민학교로 개교, 1996년 소로초등학교로 개칭, 1999년 2월 38회 졸업생을 끝으로 옥산초등학교 소로분교장으로 격하됐다가 올해 3월 1일 청주소로초등학교로 승격돼 소로리에서 가락리로 이전하면서 60년의 역사를 이어받게 됐다.

이 학교는 인근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학생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지난 8월 21일 초등 7학급이 추가 편성되면서 학생 수도 460명(유치원 113명 포함)으로 늘었다.

정충선 교장

정충선 교장은 이러한 주변의 환경으로 기존 학생과 새로 전학 오는 학생들의 융화에 중점을 두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충선 교장은 "학교의 모든 시설이 아이들의 활동에 맞춰 설계돼 매우 편리하다"며 "오픈공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구성원들이 설계된 공간의 의도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교육과정과 연계시켜 활용도를 높이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학기에는 복도, 도서관 등 아직 미비한 공간에 대한 정비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소로리 볍씨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특별프로그램 등을 구상하고 있다"며 "신규로 들어오는 학생, 학부모 등과 동문들까지 모든 구성원이 잘 융화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 김금란, 이지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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