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지극히 일상적 방법으로 '나'를 돌아본다

이관표 세명대 교수
이관표 세명대 교수

[중부매일 서병철 기자]연구년제를 맞아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 40일 간에 걸쳐 800㎞를 종주한 세명대 이관표 교수(63·호텔관광경영학과).

이를 시작으로 그는 올해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해파랑길, 평화누리길, 단양 소백산자락길, 청풍호 자드락길, 제주도 올레길 등 7개 트래킹 코스 무려 2천394㎞를 걸어 '뚜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천에 '뚜벅이 걷기모임'을 만들고, 여건이 허락하면 제천과 단양을 연결하는 도보 여행길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 개장하는 남파랑길 90개 코스(1천463㎞)를 2개월에 걸쳐 걸어 볼 계획이라는 진정한 '토종 뚜벅이' 이관표 교수를 만나 봤다. /편집자


▷도보 여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보 여행의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트레킹(Trekking)'은 과거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고행과 사색의 의미를 뜻하며, 여기서 도보 여행을 기존의 등산과 분류할 수 있다.

등산은 산을 오르는 행위를 위한 목적 장소가 존재하고, 장소로의 도달을 통한 성취 및 정복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도보 여행은 탐방로를 따라 걷는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걷는 동안 보고 느끼는 체험을 중요시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등산로와 마찬가지로 계획에 의해 개설된 탐방로는 시점과 종점이 동일하다.

하지만, 도달점에 대한 상징성이 크지 않고, 걷는 행위를 통한 과정에서 개인의 사색과 성취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도보 여행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행위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도보 여행자는 도시에서의 복잡하지만 단조로운 일상 밖에서 그대로의 자연을 체험하고 '걷는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방법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마디로, 걷는동안 자연과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여유로운 사색을 통해 일상의 환기와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끝없이 새로운 여행길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올해 어디를 다녀 왔는지.

-2018년 11월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길로 통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홀로 40일간에 걸쳐 종주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해파랑길 770km(부산 오륙도∼고성 통일전망대)을 20일 간 걸었다.

단양 소백산자락길(143km)과 청풍호 자드락길(58㎞), 그리고 평화누리길 189km(김포∼연천)도 다녀왔다.

7월 말에는 충북종단대장정에 참여했으며, 8월 중순에는 제주도 올레길 26개 코스(425km)를 16일 간에 걸쳐 완보했다.

▷해파랑길은 어떤 곳인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770km)트래킹 코스다.

영남과 강원도 동해, 삼척, 강릉과 고성 등 10개 구간 총 50개 길이다.

이 구간은 해안과 어촌길이 65%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내륙으로 들어가 산과 강, 시골마을을 돌아 나오는 길이다.

2월 9일부터 20일간에 걸쳐 완보했으며, 마지막 지점인 고성 화진포 앞바다에서는 섬으로 보이는 거북이 형상을 한 금구도를 만나 희열을 느꼈다.

이곳에서 광개토대왕릉에 관한 자료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됐다.

고성군에서는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관계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 원형 복원할 예정이라는 사실에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애로사항이 밥 먹는 일이다.

걷는 길 주변이 바닷가로, 물회나 회덮밥, 매운탕으로 해결하다 보니 아내가 차려주는 조촐한 '밥상'이 그리워 졌다.
 

이관표 세명대 교수
이관표 세명대 교수

▷제주도 올레길에 대해.

-제주시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1코스(15㎞)를 개장한데 이어 제주도 전역을 잇는 26개 코스가 개설돼 있다.

26개 코스는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정규 코스와 중산간 및 제주의 섬을 도는 알파 코스로 구성돼 있다.

총 길이가 425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 보다 긴 국내 대표적인 도보 여행로이다.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으로 연결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순회하는 코스도 있다.

올레길은 70%가 국유지, 30%는 사유지로 조성돼 있으며, 마을과 밭길이 40%, 바닷길이 30%, 그리고 오름이 30%이다.

올레길 중간 중간 안내소가 있어 걷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평생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6월 25일부터 16일간 올레길을 걸었으며, 평소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마지막 무렵 태풍 레끼마와 크로사로 인해 비를 맞으며 걸었을 때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화누리길은 어떤 코스인가.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189km)로, 김포(3코스), 고양(2코스), 파주(4코스), 연천 3코스로 나뉘어 졌다.

1개 코스의 길이는 15km 내외이며, 걸어서 약 4∼5시간이 소요된다.

김포 코스는 구한말 수많은 외침의 배경이 된 해안가에 조성돼 있으며, 철책선이 약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지만 강과 산이 잘 어우러져 있어 몹시 아름답다.

고양 코스는 대도시 주변에 조성돼 있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수공원 선인장전시관에서 시작해 노래하는 분수대와 킨텍스, 가좌근린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마이스산업과 신한류 관광의 중심지이다.

파주 코스는 예술적인 건축물이 산재한 파주 출판단지와 해이리 코스, 반구정에서 화석정까지의 반구정길, 율곡 습지공원을 출발해 임진강 절경인 절벽 산책로를 통과한다.

연천 코스는 파주와 연천군의 경계인 장남교에서 시작해 한성과 개성까지 한강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르던 고랑포구길이 있다.

임진적벽길, 호젓한 오솔길과 율무밭 사이를 통과하는 매력적인 통일이음길도 있다.

이 길을 걷다보니, 남북관계가 정상화 돼 빠른 시일 내에 중간 중간에 설치된 철책선이 제거됐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했다.

▷도보 여행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작년부터 도보 여행에 푹 빠지게 됐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도 올레길 그리고 해파랑길과 평화누리길을 걸으면서, 앞으로 도보 여행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가 되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보 여행에 나설 것이다.

혼자 걷다보면 생각이 많아지며,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이 깊어지고 욕심이 없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으며, 주변도 한번 더 되돌아보며, 베풀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계획은.

-제일 먼저 제천지역을 중심으로 '뚜벅이 걷기모임'을 만들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천과 단양을 연결하는 도보 여행길을 만들어, 동호인들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자긍심을 고취시켜 지역발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다.

2020년 개장하는 남파랑길 90개 코스 1천463km(부산 오륙도∼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을 2개월 정도 다녀 올 생각이다.
 

▶경력

세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제천고 총동문회장
충북 북부권 농촌마을만들기 센터장
한국호텔관광경영학회 부회장
충북 북부포럼 부위원장
한국호텔관광고 발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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