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경영학 박사·플랜비디자인 대표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회의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어보면 찾을 수 있다. 회의는 함께 모여서(會) 옳은 것(義)를 나누는(言) 과정이다. 즉, 함께 바람직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은 내 의견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뜻과 내 뜻이 얼마나 다른지를 인식하고 그 중 최선의 안을 결정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의 목적은 모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나누는데 있다.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팀장급 중간관리자는 일주일에 평균 11시간을 회의에 소비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23시간 정도를 회의에 소비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약 30년으로 잡으면 4만5천880시간 회의를 하는 셈인데 이를 하루 8시간씩으로 환산하면 약 21년 6개월을 회의에 보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장인들은 많은 시간 회의를 하거나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보내기 때문에 회의를 잘 해야 한다. 회의를 통해 계획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지원과 협력을 얻고, 칭찬과 격려를 받을 수 있으니 회의를 한다고 하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리 회의나 할까'라고 리더가 말하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든다. 실제 직장인들의 회의 만족도는 아주 낮은 편이다.(최근 조사들에 의하면 불만족 응답비율이 60~70% 정도이다.) 낮은 만족도의 원인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의견 교환 없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one way communication)이다.

회의의 목적은 의(議)가 일어날 때 완성된다. 의(議)가 빠진 회의는 모임(會)일 뿐이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회의이거나 회의와 관련이 높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주간회의, 월간회의 등 정례적 회의에서 의견이 교환되는가? 보고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주간회의는 주간회(또는 주간 정보공유 모임), 월간 회의는 월간회(월간 정보공유 모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회의라 명명하고 의견을 교환하지 않고 끝내는 것은 해당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직무유기를 방조하는 행위이다. 만약 우리 회사가 의견 교환이 없이 의미없는 회의를 하고 있다면 우선 회의의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실적 공유회', '계획 발표회' 또는 조금 과하게 '보고/질책/지시회'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이 맞다.

다시 말하지만 회의의 궁극적 목적은 의견을 나누어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건설적 비판과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생산적 회의를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제시하는 세 가지 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첫째, 회의의 질(質)을 높이기 위해서 양(量)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할 수 시간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일관된 회의 프로세스를 만들고 훈련된 퍼실리테이터를 통해 프로세스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셋째, 문화를 바꿔야 한다.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제시하지만 가장 중요한 활동이 있다. 사실 회의의 양을 줄이는 것은 안 하면(줄이면) 되니까 싶다.(물론 안 해야 할 회의를 선정하는 것은 단순한 일은 아니다.) 또한 프로세스는 설계하고 퍼실리테이터는 양성하면 된다. 그러나 이 두 활동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회의의 절대적 양을 줄이거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활동과 함께 조직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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