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단상(斷想)
마음의 단상(斷想)
  • 중부매일
  • 승인 2019.09.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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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초가을, 지난 여름동안 상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노란 해바라기가 다독여주고 있다. 해바라기를 보면 빈 센트 반 고흐가 생각난다. 희망의 상징으로 수없이 그렸던 해바라기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그의 참다운 예술의 개화기로 남아있다.

전쟁터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아 떠나는 소피아 로렌이 마주한 우크라이나의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해바라기 군락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전쟁 중 천신만고 끝에 찾았지만 기억상실증으로 젊은 여인과 딸을 낳고 살고 있는 남편을 두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소피아로렌, 아직도 이맘때면 sunflower OST가 절제된 슬픔으로 들려온다. 슬픈 상징으로 바라보게 되는 해바라기를 나는 지금 이곳에서 마주한다. 옛 시간을 거스른 지금의 해바라기는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그 아름다움에서 치유의 에너지를 얻으며 마음의 챙김을 받고 싶어진다.

지난날 삶의 궤적을 조용히 더듬어 본다. 그동안 마음관리를 제대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지 청진기를 대고 살펴본다. 지금까지 마음관리가 우수했는가, 아니면 우스웠는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며 살지는 않는지, 기대만 하고 노력하지 아니했는지, 점점 무거워진 내 짐을 지워줄 사람을 기대하며, 단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발길로 다 알고 있다고 믿고 행동하지 아니했는지, 이 아득한 추상적인 감정은 순간마다 내 자신에게 조차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고 목표도 없이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정년을 앞둔 요즈음, 정년은 짧고 수명은 길어진 미래에 대한, 건강과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안'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죄수와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마음은 늘 일상을 거센 파도 속에 집어 넣었다. 현재의 마음상태를 인식하는 능력과 더불어 자기통제능력마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겨우 버티고 있던 자신의 가치관조차 건강했던 삶을 곧 무너뜨릴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에서 미래의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읽으며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은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현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오늘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두려움 때문에 미루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한 발짝씩 내딛어본다, 괜찮은 척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자,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실패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보게 하여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긍정적인 태도는 바로 눈앞의 폭탄을 터지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폭탄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항해에는 적당한 바람과 파도가 있어야 한다. 남은 인생의 항해에 중한 질병이 찾아오고, 사업에 먹구름이 덮히고, 위기가 발생하여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자신에게 맞는 지침을 늘 묵상하며 흔들림 없이 받아들인다면 좀 더 평온한 미래를 마주할 것 같다.

해바라기의 노란 꽃잎은 싱싱하게 일제히 함성을 지르듯 하늘을 향하고 있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해바라기는 사실 태양을 따라 돌지 않는다. 모든 꽃들은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이제 해바라기는 슬픔의 상징이 아닌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해바라기와 잘 어울리는 이 계절에 치유여행을 통해 평온해진 마음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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