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칼럼]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거론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교육열의 바탕에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들의 헌신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열기가 과해지면서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전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세계를 놀래킨 대한민국의 '어머니 자식 교육열'은 일찌감치 선조들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본(本)으로 삼아 이뤄졌다. 유가(儒家)를 대표하는 학자인 맹자(孟子)가 그 성가(聲價)를 거두기까지 그의 어머니가 행한 뒷바라지를 뒤따른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 주변으로, 다시 글방 옆으로 세 번 이사했다는데서 비롯된 이 말은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환경의 중요함을 이른다. 이처럼 고금(古今)을 아우르는 금언(金言)에 비견할만한 말이 최근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얼마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조국의 부인이 자기 딸을 의사로 만드려고 세번의 진학(進學)을 이뤄낸 것이 그것이다. 맹모삼천지교에 빗대 표현하자면 조모삼진지교(曺母三進之敎)라 부를만 하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수법과 노력은, 지금껏 확인된 일부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의사가 되는 길을 로드맵으로 짠 뒤 이를 하나씩 풀어나간 솜씨는 실로 놀랍기 그지 없다. 자신과 남편이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하고 빌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대학교, 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 세 단계를 차례로 거치면서 말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는 물론 서울대 의전원이란 1차 목표가 어렵게 되자 곧바로 입학에 유리한 곳으로 타깃을 변경하는 기민함까지 보여줬다. 또한 자신의 딸이 남들은 엄두도 못내는 각종 혜택과 보살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았으니 이만하면 연구사례 감이다.

맹모삼천지교로 맹자는 유학자의 태두(泰斗)가 되었고, 맹자 어머니는 현모(賢母)의 으뜸으로 꼽히게 됐다. 하지만 조모(曺母)는 남편의 출세길에 걸림돌이 된데다가 딸을 공분(公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본인도 사법처리와 더불어 범법자란 오욕을 뒤집어쓸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셈인데 개인과 집을 떠나 정치·사회적으로는 조 장관이 대표격인 '강남좌파'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허위와 위선에 가려졌던 그들의 진면목이 속속 확인되면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가진 자들의 추악한 실상을 드러낸 것이다.

조모삼진지교의 일들을 비롯해 이번 장관 임명과정에서 드러난 조 장관의 이중적인 모습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뻔뻔한 진보'에 내로남불이 더해지면서 '조로남불'이라는 말을 들으며 신조어 반열에 올랐으니 후세에 전할만한 가르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을 다루는 가장 높은 자리에 불법이라는 티끌은 당연히 안될 일이다. 그렇다고 불법이 없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을 다루는 최고의 자리인 만큼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법관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대통령이 말한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행위 없는 의혹'이 아니라 조 장관의 내로남불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대한 분명한 언급없이 두루뭉술한 사과 몇마디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현 정권에서 이를 외면한 채 조 장관 두둔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이들이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조 장관과 같은 궤적을 밟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로남불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상식은 무슨 의미일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평등, 공정, 정의는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상식이 없는데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그 결말은 상식이 있는 조치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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