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법률위반 소지·WTO제소 악영향 우려
23일까지 공포 앞두고 '전국 최초' 부담감 작용도

지난 8월 충북도의회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중부매일DB
지난 8월 충북도의회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도가 전국 첫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안' 공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조례가 법률위반 소지가 있고,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가 '전국 지자체 중 첫 공포·시행' 라는 총대를 매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의회가 지난 2일 제375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 등 일본의 수출규제대응 관련 조례 4건을 의결함에 따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오는 23일까지 이를 공포해야 한다.

하지만 도는 조례 검토결과 지방자치법 제22조(권리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지방자치단체장은 이 법 및 관계법령에 규정된 계약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해서는 안된다) 등 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례안이 '제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지자체장은 계약을 제한하는 등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국민운동성격의 불매운동을 법제화(조례화)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고, 우리 정부가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 제외된 데 대해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까지 제한하면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조례안의 적용대상이 충북도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출장소, 충북도의회 사무처를 비롯해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까지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일본 전범기업 공공구매 제한 표시./ 충북도의회 제공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표시./ 충북도의회 제공

또 충북이 전국 첫 공포·시행 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전국적으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 제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최근 들어 조례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주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타지역 추진상황을 보면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시, 부산시, 강원도 등 4곳만 본회의 의결이 이뤄졌다. 세종시와 충남도는 본회의에서 보류를 결정했다. 입법예고중인 지역은 대구시, 광주시, 경기도, 전남도, 제주도 등 5곳이고, 발의 예정이거나 발의 동향이 없는 지역은 대전시, 울산시, 전북도, 경북도, 경남도, 인천시 등 6곳이다.

전범기업에 대한 정의(기준)이 모호해 구매를 제한할 대상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조례안에서는 '일본 전범기업'을 ▶대일항쟁기 당시 일본기업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동원해 생명·신체·재산 등 피해를 입힌 기업 ▶전범기업의 자본으로 설립됐거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전범기업을 흡수합병한 기업으로 규정했다.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일본 전범기업은 299곳이다. 하지만 전범기업이 모기업이거나 전범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흡수합병 기업 등은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