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 충북도의회 회의실에서 충북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주관으로 열린 '충북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DB

제도 도입에 합의하고도 대상을 고르는 데 두달여를 소비한 충북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드디어 본궤도에 올랐다. 충북도와 도의회가 17일 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대상을 놓고 도와 도의회가 수개월간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신경전이 심했던 인사청문회는 논의의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도의회에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안한지 6개월만에 온전한 형태를 갖췄으니 사람의 탄생에 비유할 만하다. 힘든 산고(産苦)를 거쳤으나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도 아니다. 도입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 대상을 놓고 시간을 끄는 사이 주요 대상중 한명인 충북연구원 원장에 대한 인사가 이달초 마무리됐다. 재임 원장의 직무 적정여부를 떠나 공개적인 장에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정책과 도덕성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을 지 불분명하지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위상은 높아지고 공고해질 수 있다. 현실적인 성과 등 실효성(實效性)에 대한 의문과 보여주기식 진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함에도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당장 이번 협약 체결로 인해 지난 14일 전임자가 임기 만료된 충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도에서 이미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었던 만큼 곧바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절차를 마치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함에 따라 임기를 마친 전임자가 한동안 업무를 대행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대상자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결국 조금 더 서둘렀다면, 양측이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그 의미가 남다른 첫 인사청문회가 더 모양새 있게 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시행 협약에 따라 충북개발공사 사장에 이어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청주의료원 원장 등이 올 연말과 내년 8월말까지 후속타자로 나서게 된다. 이들을 모두 다합쳐도 충북도에서 출자·출연한 기관 13곳의 1/4에 못미친다. 물론 출자·출연기관장이라고 모두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첫술에서 멈출수는 없다. 기관별로 필요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다음 각 기관별 상황과 특수성 등을 고려한 기본적인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준비 외에도 미리 챙겨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의회에 주문할 것은 청문회 진행에 대한 문제다. 식상을 넘어 비판의 대상인 국회를 닮지 않도록 마음자세부터 곧추 세워야 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은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정착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판이 깔리면 너무 앞서가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이 또한 경계 대상이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일방적인 인사권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면죄부를 주는 자리로 전락해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이제 도의회에 인사청문회라는 칼이 주어졌다. 이 칼을 어떻게 쓰느냐는 의회의 몫이다. 잘못하면 되레 자신이 다칠 수 있다. 칼을 잡았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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