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삼겹살부터 막창까지 돼지고기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서 없어진다면 어떨까? 정말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 황금돼지의 해에 아프리카 돼지 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얼려도 1천일을 버티고, 바짝 말려도 1년 가까이 살아남는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고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사람과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무엇보다도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확산을 막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기야 우리나라까지 번졌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첫 확진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는 최근까지도 낯선 전염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견된 후 불과 7개월 만에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아프리카 풍토병이었던 ASF가 1960년대 처음 유럽에 넘어오게 된 이유는 아프리카를 항해하고 돌아온 선박에서 나온 잔반을 인근 돼지 농가의 먹이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포르투갈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어 유럽뿐 아니라 쿠바, 브라질 등 중남미로까지 전파됐는데, 이 때 창궐한 바이러스가 박멸되기까지는 무려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박멸이 쉽지 않다.

황영주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황영주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이런 까닭에 정부에서도 해외여행객 휴대 수하물 검색을 강화하고 축산물 반입을 금지하는 등 국내유입 차단에 나섰으나 결국 이를 막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 금지와 외국 축산물 반입 금지 등에 빈틈없는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추가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ASF의 확산과 차단 모두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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