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은군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을 위해 양돈농가 도태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 보은군 제공
/중부매일DB

세계 곳곳의 양돈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마침내 국내 최초로 경기도 파주의 한 돼지농가에 유입됐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폐사율이 100%에 가까워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의 병원체가 한국에 유입된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던 ASF는 2016년부터 유럽을 경유해 세계 각국으로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대해왔는데 작년엔 세계 돼지고기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도 퍼져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ASF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파주 발생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2천450마리를 24시간 이내 살처분한데 이어 이 농장 가족이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2곳 농장의 돼지 1천500마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전국 돼지고기 경매가가 엊그제 33%나 치솟기도 했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때 '가축전염병의 온상'으로 불린 충북도 긴장하고 있다. 충북 보은에선 지난 2017년 2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해 불과 1주일 만에 주변 농장 3곳에서 4건의 확진 판정이 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때문에 800마리의 소가 매몰됐다. 그해 1월에는 옥천에서 브루셀라가 최초로 발생했으며 지난 2016년엔 음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처음 발견됐다. 당시 충북에서 각종 가축전염병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살처분된 가축 피해도 급격히 불어나 관련 농가들이 큰 피해를 당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양돈농가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충북도내 돼지 사육 현황은 334농가에 62만4천 마리다. 이는 전국 사육두수 1천133만 마리의 5.7%정도다. 하지만 대규모 사육농가가 주로 수도권과 가까운 진천, 음성, 괴산, 청주, 충주에 몰려있어 자칫 병원체가 뚫린다면 도내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충북도는 파주 발병 농가와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을 파악, 현재까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강 이북인 파주, 포천, 연천 지역 4개 농장의 돼지가 이달 초 도내 도축장에 반입됐으나 검역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도는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와 충북은 142㎞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는 만큼 도내 유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 멧돼지 등을 통해 전파된다.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심했다가는 언제든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면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가축을 어쩔 수 없이 살처분 해야 하는 농가의 고통도 있지만 살처분 보상금으로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다. 살처분 보상금을 분담해야 하는 지자체도 재정부담에 시달린다. 안이한 대처가 초래하는 결과다.

정부, 지자체, 양돈농가등 단 한곳이라도 허점을 보인다면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가축전염병도 농가에겐 큰 재난이다. 긴급재난은 속전속결로 대처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막지 못한다면 사후약방문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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