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설마에게 잡혀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닌가보다. 설마가 언제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입버릇으로 쓰면서도 그 설마를 이기지 못해 참담한 일을 당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나도 '설마 내가?' 하다가 그 영특한 설마한테 언제 잡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뵈지 않는 것은 그게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기 때문일까?.

오래된 과거 속에서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하고 속으로 믿고 있던 일이 뜻밖의 큰 결과를 초래했던 일은 멀리 가지 않아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될 그런 일들이었다.

십만양병설과 임진왜란,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며,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은 조심하라. 삼팔선 이사(단기4283년)와 6·25동란 등이 설마 하다가 낭패를 당한 아주 큰 설마들이다. 인정하고 대비만 했어도 될 일들이었다. 호미로 막을 일들을 가래로도 막지 못해 불어난 강물 속으로 처박혀 목숨을 잃어야 했으니 참으로 철없던 시절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설마는 꼭 양분된 상황사이에서 근시안들이 명약관화한 난관을 일시적으로 피해 작은 혜택을 누려보려는 부정발상이 평안을 좋아하는 다수의 심상을 등에 지고서 정당화로 이끈 결과였다. 그에 현혹 편승했으니 조용히 당할 수밖에. 뒷사람은 이를 수습하느라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이 설마는 과거의 거울에 선명하게 비쳐져야만 그제야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새로운 각오로 다짐을 거듭하면서도 지금이 어느 세월인데 아직도 설마설마 하느냐고 일축하고 싶은 바람을 일격에 날려버리고 있으니, 어쩌면 내일도 설마하며 미련을 떨고 있을 우리를 마음껏 희롱할지도 모른다.

'선 사람은 넘어질 걸 조심하고, 산 사람은 죽을 걸 염려하라'는 설마 극복 속담(有備無患)을 의식하고 생활하는 이는 아주 드물기에 설마를 무시해 또 화를 당해도 유구무언이다. 누구 탓이 아니니 스스로의 결단으로 고쳐야 하는데.

질주하는 차량과의 경주에 승부욕으로 설마를 앞세워 무단으로 횡단한 이들이 그랬고, 폭우로 불어난 흙탕물과 씨름한 만용의 피서객들이 그랬다.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가 설마의 모델로 희생되었는데도 냄비속의 개구리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도 만물영장 사람에게서 보고 익힌 설마를 철석같이 믿었다는데.

바다 속엔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고, 지구온난화로 뭍이 쑥쑥 줄어들고, 미세먼지가 청정대기를 뭉툭뭉툭 떼어가도 설마로 그냥 덮어버린다. 그 말 안 믿어도 내가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며 채근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미투(Me too)'의 망사에 살짝 덮였다가 회오리바람에 들춰지니 여기서도 역시가 승이고, 보는 데선 청렴결백 내세우며 소리 높여 펄쩍뛰던 이가 들어가선 납작 주저앉아 설마의 무기력과 역시의 위력만 확인시키니 황당하고 어이없고 깜짝 놀랄 그럴 일들이 매일의 뉴스가 된다.

'에이 설마! 그런 사람이 그랬을까? 그 사람이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 어떻게 그런 일을….' 하지만, 당신도 그런 사람일 수 있음은 명심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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