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최고의 술안주감으로 정치(인)만한 것이 없다. 생활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법 높다. 이는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최근 어느 술자리에서 정치인과 관련된 두 건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들었다. 지어낸 유머이지만 듣는 순간 우리 정치를 빗댄 것 같아서 자괴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어느 날 대통령과 총리, 각 장관이 경축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오전 일찍 승용차에 분승, 출발했다.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면서 급커브 길에서 다중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가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생명이 위독한 상태, 명재경각(命在頃刻)이었다. 언론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열띤 취재를 벌였다. 하지만 병원측의 어떤 멘트도 즉시 들을 수 없었다.

오후 늦게 병원장이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병원장은 "안타깝습니다. 가망이 없습니다." "총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심각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생존자는 있습니까?" "아니, 생존자는 없습니다." 엄청난 충격에 회견장은 침묵이 흘렀다. 어느 기자가 화난 듯 물었다. "최첨단 의료기기와 최고 명의들이 누구도 구할 수 없었던 말입니까?" 병원장은 잠시 천장을 쳐다본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천만다행입니다. 나라(국가)는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자들은 급히 기사를 타전했다.

어느 시골에서 있었던 교통사고다. 밤길 승용차가 비탈길에서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전복됐다. 마침 농부가 이를 발견하고 급히 전복지점으로 달려갔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다쳐 차 안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외 말은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심각했다. 119를 부르는 대신 농부는 급히 집으로 달려가 굴삭기를 몰고 와 인근에 구덩이를 팠다. 사고 차량을 그대로 들어 올려 그 구덩이에 넣고 흙을 덮어 버렸다. 차 안에 있는 두 사람과 함께 말이다.

다음날 아침 경찰 두 명이 그 농부를 찾아 왔다. "당신이 사고를 목격했다고 하는데 사고차량과 운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 운전자와 함께 사고차량을 그냥 땅에 묻어 버렸어요." "아니 땅에 묻었다고요?" "그 사람들 금배지를 달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정치인이더라고요. 알다시피 정치인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잖아요. '살려 달라'는 말이 거짓말이니, '죽여 달라'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줬죠. 뭐, 잘 못했나요?" 경찰 반응이 기막혔다. "네, 맞는군요. 잘 알았습니다."라며 돌아섰다. 그리고 한마디 더했다. "하여튼, 정치하는 것들이란?"

도대체 이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 일종의 정치 만평이지만 시사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정치 현실이 아닌가 싶어서다. 우리는 유난히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가 잘 돌아가서 일까 아니면 삐걱거려서 일까? 당연히 후자다. 일단 모이면 많은 사람이 정치 이야기로 시작해서 정치 이야기로 끝낸다. 주장이 상충되면 간혹 말싸움으로 번져 급기야 모임을 망치기도 한다. 얼마나 정치이야기 심하면 명절 때 가족끼리 모여도 정치이야기로 시끄럽다. 오죽하면 명절민심이란 단어가 있겠는가? 모두가 정치학자이며 정치논평가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정치적 관심과 정치 수준은 역상관 관계임이 문제다. 정치적 관심은 의식이 정치에 쏠리는 현상, 지향성이다. 민주 절차에 의해 권리를 정치인들에게 위탁한 데다 삶도 버거운 데 굳이 정치에 대한 쏠림이 웬 말인가? 정치인이 잘못인가? 관심 많은 우리가 잘못인가? 저 먼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싶다. 권력은 돈과 같다. 돈을 빌려갔으면 잘 갚아야지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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