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18일 특정됐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br>

해당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큰 인기를 얻는 등 국민적 관심사였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났다. 온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대형 사건이었던 만큼 용의자 특정 소식만으로도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과학수사가 해결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소시효 문제로 추가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모두 해소되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국민들이 실체에 목말라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가 적용되는 2000년 8월 이후만 따져도 전국적으로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충북에서 벌어진 굵직한 것만도 한손을 채울 정도다. 가장 먼저 2001년 영동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해사건을 들수 있다. 최근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뤘을 정도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2005년 영동 노부부 피살사건, 2005년 충주 교현동 모녀 살인사건, 2009년 청주 가경동 50대 주부 살해사건 등도 수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한채 미제사건 파일속에 남겨져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만해도 피해자 가족은 물론 많은 이들이 해결을 손꼽아 기다리는 미제사건이 꽤 여럿이다. 그런 만큼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낸 과학수사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물론 상당기간 미제 상태에 머물던 사건의 실체가 어느 날 갑자기 드러나는 것은 어찌보면 꿈같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사건의 실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범인에 대한 법적 응징을 떠나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수 있는 범죄에 대한 확실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체와 그 범인에 대해 우리들이 유독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장기미제의 대명사일 정도로 큰 사건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풀지 못한 사건은 있어도, 잊혀진 사건은 없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시켜줬기에 온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쏟아내는 것이다. 더구나 물적증거를 바탕으로 한 과학수사가 거둔 쾌거이기에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 했던 1994년 처제 성폭행 살해사건을 해결한 당시 수사팀의 노력이 지금에서도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누군가 또는 그 무엇에게로 피해가 이어질 일은 미리 막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재난이건, 사건이건 예방의 중요성은 다르지 않다.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충동을, 빌미를 억제시키는 것이다. 처벌에 대한 강력한 각인은 사건의 시작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범죄라 할지라도 반드시 밝혀지고, 범인 또한 언젠가 반드시 잡힌다는 믿음은 보다 안전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랄 수 있다. 그런 지름길을 여는데 과학수사가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해결을 계기로 보다 진일보한, 믿음을 주는 과학수사가 우리를 지켜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