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조국(祖國)을 떠나고픈 갑갑한 마음을 달래준 것이 스티븐 호킹의 유고집이다. 천재 물리학자 호킹은 작년 3월 76세로 영면해 그의 영웅이었던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 사이에(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안치되었다. 생전에 북한 핵에 대한 걱정과 핵융합발전에 대한 희망 등을 피력한 그의 유고집에서 몇가지를 초록(抄錄) 했다.

'약 138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신이 우주를 만들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는 과학 법칙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신은 없다. 누구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는다. 천국도 사후세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인간이 죽으면 먼지로 돌아간다.

우리 행성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은 소행성 충돌일 것이다. 이 위협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의 소행성 충돌은 약 6천600만 년 전에 있었고, 그 결과 공룡을 멸종시켰다. 이보다 더 당면한 위험은 통제를 벗어난 기후 변화이다. 바다의 수온이 오르고, 그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두 효과 모두 지구의 기후를 섭씨 250도의 금성의 기후처럼 만들게 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대안 행성을 위해서 우주를 탐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긍정적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략) 다른 행성의 개발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지금껏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지 못한 이유가 문명이 우리 수준 정도까지 발달하면 불안정해져서 스스로를 파괴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할 기술적 능력이 있다. 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이런 이론이 이론에 그치지 않을것 같아 참으로 걱정스럽다.

나는 깨끗한 에너지가 제한 없이 공급되고,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전환하도록 해줄 핵융합의 개발을 보고 싶다. 핵융합은 실용적인 전력원이 되어 공해나 지구 온난화 없이도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인간은 처음 불을 발명한 이래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소화기를 발명했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호킹의 유고집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도록 노력하자. 상상력을 기르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어두지 말자. 미래를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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