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온 나라가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한 달여간 시끄러웠지만 결국 장관 임명이 단행되었다. 당사자의 능력 검증은 아예 제쳐두고 가족 등의 도덕적 문제에 치우쳐 극심한 비난이 이루어진 모양새다. 대체 누구 말이 옳고 누구의 주장이 그른지 명확히 분간하여 판단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물론 도덕성과 능력 등 진선미를 모두 겸비하면이야 무슨 이론의 여지가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인재가 있을까?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일정한 기준을 두고 그에 맞춰 찾아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의 인물평가 이야기가 있다. 그가 왕권을 강화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 지방 관리들의 인사고과였다. 이때 즉묵현이란 고을의 관리와 아성고을 관리에 대한 보고가 나란히 올라왔다. 즉묵현 관리는 주위의 험담이 자자한 반면, 아성 관리에 대한 인물평은 호감 일색이었다. 이 경우 어떻게 인사고과를 하겠는가? 제위왕은 호평일색인 관리와 그의 변호인은 모두 사형에 처한 반면, 혹평 일색이었던 즉묵현 관리는 승진시켰다. 이는 '누가 좋아하고 누가 싫어하나'를 정확히 파악한 밝은 눈 덕분이었다. 호평이 자자한 아성의 관리는 비록 탐관오리였지만 권신들에게 뇌물을 뿌려 좋은 평만 들어가게끔 한 것이다. 즉묵현의 관리는 백성들에게 풍족하게 하고 일선 관리들의 관리감독 임무에도 성실했다. 다만 중앙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중상모략을 당했던 것이다. 표면적 사실을 떠나 '누구에게 듣는 평인가'의 이면적 진실을 들여다보았기에 현명한 인재평가를 할 수 있었다.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인사가 만사(萬事)가 되기도 하고 망사(亡事)가 되기도 한다. 중국 청나라 5대 황제인 옹정제는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은 용인(用人)이며 나머지는 하찮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현명한 인재를 등용하는 데 힘썼다. 결국 인재를 바르게 평가하려면 '사실 뒤의 진실'은 물론 '호평과 혹평의 오류'를 가려낼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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