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가출아내 증오감… '잔혹 범죄 욕망' 자극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에서 살다가 1992년 즈음에 충북 청주로 내려와 복대동에 신혼집을 차렸다. 1994년 1월 이춘재가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복대동 연립주택. 이춘재는 이곳에서 강간살해한 처제의 시신을 유모차에 싣고 집에서 1km 가량 떨어진 철물점에 유기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에서 살다가 1992년 즈음에 충북 청주로 내려와 복대동에 신혼집을 차렸다. 1994년 1월 이춘재가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복대동 연립주택. 이춘재는 이곳에서 강간살해한 처제의 시신을 유모차에 싣고 집에서 1km 가량 떨어진 철물점에 유기했다.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1994년 처제 성폭행·살인 피의자 이춘재(56)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지난 1991년 4월 '화성 10차 살인사건' 이후 행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994년 1월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3년여 동안 추가범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춘재씨를 검거한 김시근(62) 당시 청주서부경찰서(현 청주흥덕경찰서) 형사는 그의 행적에 대해 "1992년 전후해서 청주시 부강면(현 세종시 부강면) 골재회사에 굴착기 기사로 취직했고 이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던 A씨와 연인사이로 발전하면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A씨가 아이를 가지면서 흥덕구 복대동에 신혼집을 차렸고 처가댁에 인사도 다니는 등 나름 평범한 가정을 꾸린 것으로 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혼집을 차리고 얼마지 나지 않아 이춘재와 A씨가 다니던 골재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굴착기 면허증도 없었던 이춘재는 이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1년여 간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다.

김씨는 "직장을 잃으면서 돈도 없고 하니까 부부가 자주 싸웠던 것 같다"며 "그러던 중 1993년 12월 아내가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집을 나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는 이춘재가 처제 성폭행·살인혐의로 검거됐을 당시 경찰조사에서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볼 때 이춘재는 청주로 내려와 A씨를 만나면서 성적욕망이나 살인유혹을 억제해왔지만 실직과 가정불화로 잠재돼 있던 폭력성이 다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청주 생활을 정리하고 화성으로 돌아가기 직전, 처제를 대상으로 범행을 실행한 것과 범죄행위가 계획적이고 잔혹했던 점은 그간 참아온 범죄욕망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씨는 최근 진행된 경찰의 3차 대면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급 모범수로 가석방을 노렸기 때문에 실제 그가 진범이라고 하더라도 범죄를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처제 살인사건 때도 경찰조사에서 자백했던 내용을 검찰조사에서 뒤집은 적이 있을 만큼 치밀한 사람"이라며 "처제 살인사건 검거 당시 경찰차 뒤에서 다리를 떨었던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를 압박할 수 있는 심리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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