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현직 대학교수들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시국선언문' 서명이 엊그제 4천400명을 넘어서는 등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 일동'(이하 대한민국 의사들) 이라고 밝힌 의사 모임은 지난 18일부터 조 장관 퇴진과 조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퇴교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대한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거짓서명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서명 시 의사면허번호를 기재하게 하고 이를 DB(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뒤 서명자 수에 합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이하 정교모)'의 시국선언문에 연대 서명한 전국 290개 대학의 전·현직 교수가 거의 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국선언은 혼란스럽고 비정상적인 시대 상황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교수와 재야인사 등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의 잇따른 시국선언은 조국 장관 임명을 전후해 국가가 정치·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국선언의 시초인 1960년 대학교수 시국선언문은 시민들과 학생들의 큰 호응과 지지를 불렀고, 끝내 이승만 정권은 막을 내렸다. 1986년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학교수 시국선언은 국민적인 동참으로 직선제 쟁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한민국 정의를 대표하고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의 아내와 딸과 처남과 조카 등 가족이 다수의 범죄 행위에 대한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이 범죄 피의자들을 수사하는 검찰을 지휘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의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고 상실됐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조 장관을 향해 "더 이상 국민에게 상처 주지 말라. 더 이상 국민을 좌절시키지 말라. 더 이상 국민을 분노하게 하지 말라"며 "즉시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거나 해임돼야한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정의와 상식과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는 열망은 비단 교수와 의사들뿐만 아닐 것이다. 조국의 장관임명은 특권층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온갖 편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한 후에, 죄책감도 없이 뻔뻔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교수들의 주장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침묵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친문네티즌 등 정권의 홍위병들은 물타기 조작 서명의혹으로 문재인 정권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와 분노의 메시지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교수와 의사 등 지식층의 시국선언을 정치색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처럼 의식 있는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을 폄하(貶下)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국민들은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민심이반과 사회갈등이라는 혼란을 막으려면 조국 장관의 퇴진이 답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시국선언문을 조목조목 읽어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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