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교육계에 정의(justice)가 살아 있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교육계뿐만 아니다. 우리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는 구호만 난무할 뿐,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교육은 닫힌 사회를 해체하고 열린사회로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닫힌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다원화된 열린사회로 이행되는데 한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의하면, 닫힌 사회는 독단론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제군국주의와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반면 입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열린사회다.

우리 모두는 닫힌 사회를 배격하고 열린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열린사회'는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나아가 시민의식이란 사회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시민들 개개인들의 의식이다. 이런 의식들이 교육을 통해 배양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교에서 민주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교육은 필수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독재 정권에 항거한다면 그것은 분명 정의로운 행위다. 사회적 불의를 보고 시민들이 연대한다면 이 역시 정의로운 일이다.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정의다. 이런 정의를 가르치는 곳이 교육의 장(場)이며, 이를 소명으로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교육자들이다.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줄지 않는 학교폭력, 교사들에 의한 생활기록부 조작, 권력과의 야합 등,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경우를 보자. 폭력은 힘이 센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매우 야만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위다. 그런데도 다수의 학생들은 여기에 침묵한다. 내 일이 아닌데 굳이 나서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폭력을 행사하는 강자는 약자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권력을 통제하지 않으면 사나운 호랑이가 된다. 국민들을 약자로 인식한다. 이를 다수의 힘으로 막는 것이 바로 정의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닌, 정의를 이루어내는 연대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게 진화되기 위해서는 교육자들 역시 새로운 눈으로 학생들을 만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이 진리와 양심에 입각하여 교육활동에 임할 때 정의로운 사회에 다가설 수 있다. 정의의 바탕이 되는 인격성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정의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왜 그럴까. 독일의 나치시대 저항 목사였던 마틴 니뮐러(Martin Niemuller)의 글에 답이 있다.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음으로, 그들은 유대인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음으로, 그들은 노동조합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음으로, 그들은 가톨릭 신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개신교 신자이었음으로, 결국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그런데 이제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이는 정의로운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정의에 더 한 걸음 다가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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