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극복할 수 있다'

박재갑 국립암센터원장 특별강연

현재 국민 사망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두 자녀를 둔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장래 암으로 사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체 암 사망자의 30%가 담배로 인한 암으로 사망하고 있어 금연만으로도 30%의 암 발생 위험요소를 없앨 수 있으며, 정기점진 등을 추가하면 암은 충분히 예방ㆍ치료 할 수 있다.

정렬적인 ‘암 퇴치 운동가’이자 적극적인 ‘금연운동가’인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23일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 국제회의실에서 지역산업발전 연구원 개원 및 특별 강연회에 참석해 ‘암은 극복할 수 있다’란 강연을 실시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 원장은 “연간 4만9천여명의 국민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전체 암환자의 30%가 담배로 인한 암에 걸리고 있다”며 “금연 하나로만으로도 암으로 인한 사망을 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2030년에는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은 총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장은 50세 이전에 금연하면 15년간 사망확율을 절반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며, 폐암확률은 10년후 절반, 15년후에는 1/6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명 정도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620만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1만명 정도의 환자 발생에 6만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국내 총사망자 24만5천817명 중 암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6만4천332명(25.9%), 뇌혈관질환 3만6천295명(14.8%), 심장질환은 1만7천515명(7.0%), 당뇨병 1만2천100명(4.9%), 자살 1만932명(4.4%)으로 나타나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3일에 한번씩 발생하는 셈이라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박 원장은 암의 1차 예방책으로 “폐암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80~90% 예방할 수 있으며, 간암도 B형간염 백신으로 70% 정도 예방된다”며 “2차 예방책으로 위ㆍ대장ㆍ유방ㆍ갑상선ㆍ자궁암 등 나머지 5대암은 조기진단이 쉽고, 암으로의 진전을 막을 수 있으며, 초기암의 경우 거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특별히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흡연이 폐암뿐 아니라 구강ㆍ식도ㆍ방광ㆍ신장ㆍ위ㆍ자궁경부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6만3천여명의 암 사망자 중 1만8천900여명이 흡연으로 생명을 잃었고 연간 11만명 정도의 암 발생자 중 20%인 2만2천여명 정도가 흡연으로 인한 발암이다.

또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암의 원인으로 담배가 30%, 식생활이 5%, 간염 20%, 술 3% 등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전체암 환자의 41.4%가 치료 후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은 몸 속의 세포들이 신체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계속 분열하면서 퍼져나가고, 정상적인 조직을 파괴합니다. 암세포가 위험한 이유는 정상조직을 파괴하는 암세포가 그 조직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250여 가지의 암이 존재하며, 장기별로 나누면 약 30종의 암세포가 있습니다”.

박 원장은 담배에는 69종의 발암물질과 4천종 이상의 화학물질 등 10만종 이상의 물질이 있으며, 특히 나프타린, 디디티, 폴로늄, 우레탄, 부탄, 타르, 아세톤,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청산가스, 메타놀, 나프타라민,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니켈, 카드미움, 비소, 벤조피렌, 페놀, 니코틴 등의 발암물질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담배 한개비 당 12분의 수명이 단축되며 하루 한갑씩을 피운다면 1년에 2달, 평생 13~20년의 수명이 단축된다고 강조했다.

남성 폐암의 90%, 여성은 70%가 담배가 원인이며, 30~40대 남성의 발기부전이 2배가 증가했으며, 담배 한갑당 연평균 3%의 성기능을 상실시킨다는 것이 박 원장의 주장이다.

박 원장은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암 완치율이 현재 속도대로 나간다면 십 수년 내 암 극복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암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과 금연, 그리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갑 원장은 충북 청주중학교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의대를 졸업했고, 지난 1981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한 바 있으며, 지난 2000년 개원한 국립암센터를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담배, 마약보다 독성 강해”
흡연과 전쟁중인 박재갑 원장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 치료 전문가이면서 금연운동가로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박 원장은 보건복지부에서 펼치고 있는 금연공익광고에 출연해 담배의 위해성과 금연의 효과 등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박 원장은 “폐암에 걸린 환자의 폐를 들여다 봤을때 어릴 적 청주연초제조창 옆 썩은 개울에서 놀 당시 시커먼 내천과 똑같은 모습이었다”며 흡연이 건강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를 역설했다.

박 원장의 금연에 대한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박 원장은 KBS와 MBC, SBS 등 공중파방송을 비롯해 조선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흡연장면을 게재ㆍ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고, 한국방송은 지난 2002년 12월1일부터, 서울방송은 2002년 12월9일부터, 문화방송은 2004년 6월1일부터 모든 드라마상에서 흡연장면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주요 신문들도 사고를 통해 박재갑 원장의 뜻을 따라 흡연 사진을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후에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흡연 장면을 게재할 경우 곧바로 해당 언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정을 요구하는 등 흡연에 대해 언론을 통제(?)하는데 주력했다.

“청소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흡연을 하면 모방심리에 의해 흡연을 하게 된다”고 말하는 박 원장은 “젊은 학생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장면을 보면 자기의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그 학생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으로 분류되는 마리화나나 대마초보다 더 중독성과 해악성이 큰 담배에 대해 우리가 너무 관대해 왔다”며 “담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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