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덕구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청개구리 일화에 대해서 읽어보고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항상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가 뒤늦게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어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는 일화이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다 보면 이러한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국립공원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적인 형태의 모습이 많아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물러주어야 할 훌륭한 자산이라는 사실은 자명(自明)하다. 이러한 국립공원을 보호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비단 공단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만의 책무는 아니다.

아무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의 그릇된 탐방문화는 오히려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자산을 남겨주게 될 것이다.

국립공원에서는 국민들의 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을 위해 법정탐방로를 지정하여 일정부분만을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법정탐방로를 제외한 비법정탐방로 즉, 샛길은 엄격하게 통제하고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국립공원이 샛길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 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 법정탐방로에 대해 국립공원에서는 매년 탐방로 정비사업을 시행하여 탐방시 안전사고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샛길은 추락 및 낙석 등의 위험이 상존해 있고 통신장애가 있는 음영지역이 많아 안전사고 발생시 신속한 구조 조치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결국에는 사망사고에 이르는 위험성이 크다. 올해에만 국립공원 내 비법정탐방로 산행으로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였고 10여건의 크고 작은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둘째로 자연자원의 훼손이 심각하다라는 것이다. 국립공원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지정된 탐방로를 활용하여 훌륭한 자연경관을 언제든지 누구나 향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샛길을 출입하여 국립공원에 산재하고 있는 버섯, 산나물, 약초 등 자연자원에 대해 무단으로 채취할 경우 결국,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될 확률이 높다. 이것이 해마다 되풀이 된다면 멸종위기 동식물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원이 파편화되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립공원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36종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고 다양한 복원 및 증식으로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법정탐방로가 아닌 샛길을 지속적으로 출입할 경우에는 자연적인 식생이 복원되지 않고 흙길의 형태로 남아있어 공원의 파편화가 시작된다. 이러한 공원의 파편화는 장기적으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주범이 된다.

윤덕구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윤덕구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이러한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위법행위를 자랑하고 잘못된 우월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국립공원에서도 비법정탐방로 산행모집 뿐만 아니라 명백하게 위법한 행위를 개인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많은 탐방객들이 올바른 탐방문화가 정착해 나갈 때 비로소 청개구리와 같은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고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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