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 중부매일 DB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 중부매일 DB

충북도정 수장까지 나서 충주캠퍼스로의 복귀를 지적한 건국대학교 의료전문대학원(의전원) 문제가 한걸음 진척을 보였다. 당사자격인 건국대학교 총장이 의전원의 충주캠퍼스 원상복귀 계획과 함께 6년제 의과대학 변경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문제는 애초부터 충주캠퍼스에서 이뤄졌어야 할 의전원 수업과 실습을 서울에서 진행하면서 불거진 만큼 이를 원상복귀하겠다는 것인데 지역 의료서비스 활성화와 교육활동은 건국대 의전원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것으로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일로 지역 및 지역민들의 울분과 함께 큰 심려를 끼친 건국대측에서는 이를 만회할 '카드'를 꺼내야 한다. 이번 발표가 들끓는 지역여론과 관련 부처의 주목을 피하기 위해 위한 임시방편이라면 더 큰 곤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해소책으로 내놓은 6년제 의과대학 변경이 그리 간단하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당장 교수들의 배치와 편제정원 확대 등이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것 만으로도 교육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면밀하고 짜임새 있는 계획안이 필요하다. 얼렁뚱땅 미봉책으로 때울 의도라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의전원 복귀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건국측의 태도를 보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개적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고 일정을 바꿔가며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발표가 사탕발림의 미봉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출발부터 명쾌하지 못하다면 앞으로의 전망 또한 안갯속이 될 수 밖에 없다. 건국대 충주캠퍼스 의전원은 충북지역 의대정원 문제와 직접 맞물려 있어 지역과 지역민으로서는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한때의 소나기가 아닌 건국대 의전원을 떠내려보낼 집중호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료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건의할 정도로 의대 정원 문제는 지역 의료여건의 기본적인 수준과 관련이 있다. 지역에서 요구되는 의료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제대로 안되면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물론 정주여건 미비에 따른 인력유출이 불보듯하다. 이는 지금도 열악하기만 한 도내 의료환경의 악화를 의미하며 결국 지역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더 미룰 수 없는 현안인 것이다. 충주뿐만이 아닌 충북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곳곳에서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히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여기에 지역의 안전과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인 것이다.

건국대측에서 병원운영과 관련, 향후 학내외 다양한 자문을 통해 답변하겠다고 밝힌 점도 걱정스럽다. 거주나 활동 등에서 여건이 좋은 서울을 떠나 충주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을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같은 이유와 과정을 내세워 지역을 등한시하고 다른 소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가의 조건만 충족시키는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발등의 불을 끄려는 속셈일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넘게 이어진 편법운영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지역의 목소리를 이제껏 묵살하고 무시한 건국대측에서 이번엔 얼마나 진정성을 보일 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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