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짜리 방석, 발명이 준 선물
100만원 짜리 방석, 발명이 준 선물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9.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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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윤여미 옥포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용수철을 달아 먼 거리도 쉽게 뛰어갈 수 있는 운동화를 만들고 싶어요! "

"에이~ 차라리 날개 달린 운동화가 어때? 더 편하잖아!"

아이들과 함께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주제를 선정할 때면 늘 반복되는 레퍼토리이다. 아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일상과 연결하는 과정은 늘 어렵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우리 생활 속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찾기이다.

"나와 내 친구, 우리 가족이 생활 속에 겪는 불편함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 할머니는요, 의자에서 일어나실 때마다 아구구구구구 이렇게 소리를 내요" 1년 전, 발명품대회는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녀의 예쁜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릎이 아프신 할머니를 위한 아이디어였지만, 반 친구 전체뿐만 아니라 학교 모두가 힘을 보태주었다. 어르신 분들이 어떻게 의자에서 앉고 일어나는지, 지유 할머니 뿐 아니라 배움터지키미 할머니, 급식소 어르신들의 일상이 우리의 관찰 대상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장애인보조기구지원센터도 방문하고, 실제로 어르신들께서 많이 사용하시는 보조기구를 판매하는 가게에도 함께 다녀왔다.

어르신들이 일어나실 때, 지팡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의자 손잡이의 각도를 높여 지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달았다. 일어날 때 무릎으로 더해지는 힘을 양 손으로 분산하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하여 널받침도 의자에 달았다. 할머니가 조금만 몸을 숙여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하여 일어나는 것을 돕기 위해서였다.

아이디어만 정리하면 실제 발명품은 뚝딱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힘만으로 완성하기는 어려웠다. 할머니 팔 길이에 맞추어 손잡이 나무도 자르고, 할머니의 다리가 거친 나무 의자에 닿아 상처나는 것을 걱정하며 사포질도 했다. 사회수업의 주제 중 하나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힘을 가장 적게 받는 위치를 찾는 과학수업으로, 의자의 쓰임과 디자인을 고민하는 미술수업으로 그리고 어설프지만 목공수업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의자가 조금씩 바뀌어 갈 때 마다 교장선생님부터 학교청소를 도와주시는 어르신까지 한번 씩 앉아보시며 사용 후기를 보태주셨다. 작은 옥포초등학교가 한마음이 되었다.

"제 작품은 우리 할머니께 먼저 드릴거에요.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안 팔아요!" 일어나는 것을 쉽게 도와주는 널뛰기 방석을 완성 후, 여러 어르신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을노인회관에 갔을 때 지유가 한 이야기이다. 발명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은 아마 완성된 결과물보다도 실패를 거듭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이를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시켜가던 지유의 모습, 수줍었던 학생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발명품을 소개하는 당찬 '꼬마 발명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윤여미 옥포초등학교 교사
윤여미 옥포초등학교 교사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발명, 처음 발을 내딛은 발명지도이지만 작년 늦은 가을부터 올해 가을의 문턱까지, 지유와 함께 씨를 뿌리고 학교의 많은 분이 함께 가꾸어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나무의 열매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 다른 맛을 가지고 있듯, 지유와 나 역시 '발명' 이라는 나무에서 '자신감' 이라는 열매와 '학생의 성장'이라는 알찬 열매를 얻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열매가 다시 또 다른 곳에서 씨앗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 그리고 권해본다.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보고 싶다면 한번쯤 발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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