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감독 오승욱/주연 안성기, 박신양, 정은표

「8월의 크리스마스」「초록물고기」「이재수의 난」 등 문제작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오승욱이 누아르 색채 물씬한 액션물로 데뷔한다. 깡패와 형사라는 정반대 신분을 가진 쌍둥이 형제의 비극적 말로를 주문진 겨울바다의 살찬 바닷바람에 실어 전하는 남성영화.

악질 형사 해식의 눈앞에서, 그의 정보원 노릇을 하던 독종 깡패이자 쌍둥이 동생인 해철이 권총으로 자살한다. 직위해제된 해식은 동생 해철의 유골을 들고 고향인 주문진에 내려오고, 그곳에서 해식은 사람들에게 해철로 오해받는다.

그때부터 주문진의 상권을 쥔 깡패조직 보스 이종두와 한때 날렸지만 지금은 몰락한 깡패 번개를 통해 자신의 나머지 반쪽이던 해철의 삶과 마주치게 되는 해식. 영화는 해식이 이곳 사람들과 얽혀들면서 그토록 경멸하고 증오했던 해철과 점점 닮아가는 과정을 풀어간다.

검붉은 피와 함께 시작하는 충격의 도입부와, 처절한 폭력과 총격씬으로 정리되는 라스트가 영화의 처음과 끝의 이미지를 압도한다. 깡패와 형사라는 천양지차의 역할을 1인2역으로 해내는 박신양의 연기 집중력이 시선을 끌며, 몰락한 깡패로 변신한 안성기의 관록과 노련미가 그를 거든다.

여기에 주목받는 조연으로 부상한 「행복한 장의사」의 정은표, 주문진 깡패 보스역의 김승철 등 제 색깔을 낸 조연들의 연기도 영화보는 맛을 더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주인공들처럼 불안하고 저주받은 영혼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오승욱 감독과 허진호, 배영환이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음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플란다스의 개」로 친숙한 조성우감독이 맡았다. / 청주 수정아트홀·메가폴리스 시네마1관




★애니 기븐 선데이

▶감독 올리버 스톤/주연 알 파치노, 카메론 디아즈, 데니스 퀘이드

전미 풋볼 연맹 패자였던 마이애미 샤크스의 베테랑 코치 다마토는 최근 팀의 연패와 주전 쿼터백 캡 루니의 부상으로 위기에 몰리고, 신예 쿼터백 윌리 비먼으로부터 권위에 중대한 도전을 받게된다.

돈과 승리만 원하는 구단주 크리스티나 또한 비먼을 지원사격하자 기로에 선 다마토. 그가 팀의 미래가 걸린 마지막 게임을 앞두게 된다.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감독 올리버 스톤과 명배우 알 파치노가 만난 것만으로도 흥분되는데 카메론 디아즈가 가세,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영화.

스톤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과시했던 현란한 MTV적 영상을 풋볼 게임장에서 펼쳐보이는데 CF를 능가하는 스피드와 리듬감 등 직접 풋볼 게임에 뛰어든 것처럼 체감되는 생생함만으로도 관객을 아찔하게 만든다.

여기에 「JFK」「닉슨」등을 통해 미국의 현대사를 해부했던 시선을 미식축구의 세계로 돌려 프로 스포츠의 탐욕스런 쇼비즈니스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고발한다.

언제나 자신만의 페르소나에다 극중 인물의 질감을 덧입히는 알 파치노의 연기와, 냉정한 시장주의자로 변신한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이 기대치를 높이고 다마토에게 덤비는 「하룻강아지」 윌리 비먼역의 제이미 폭스도 제 역할을 해낸다. / 청주 신씨네마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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