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지난 중부매일 오피니언면(2019년8월8일자 18면)에 게재했던 문화칼럼 '백제문화 소재 축제, 지역 간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에서 백제역사를 소재로 하는 전국의 축제와 지역을 다룬 바 있다.

그 칼럼에서 언급됐던 지역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서울특별시와 충청남도를 주축으로 부여군, 공주시, 전북 익산시, 전남 영암군, 서울 송파구, 경기 하남시, 인천 연수구 등 관련 지자체와 기관이 힘을 합쳐 '백제역사문화도시 교류협력 활성화 포럼'을 갖는 것이다.

이 포럼의 화두는 백제의 역사문화라는 동질감이다. 그 대표적 축제인 제65회 백제문화제가 9월 28일 개막한다. 10월 6일까지 충남 공주, 부여 일원에서 '한류원조, 백제를 즐기다 - 백제의 의식주'를 주제로 진행된다.

백제문화제의 기원은 백제시대 왕과 충신들에 대한 제의(祭儀)로부터 출발했다. 백제문화제는 1955년 부여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부소산성에 제단을 설치하고 백제 말의 3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에게 제사 지내고, 백마강에서는 사비성 함락 중 백마강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재'로 시작되었다. 1966년에 이르러 웅진백제의 왕도였던 공주지역에서도 무령왕을 비롯한 웅진백제왕을 추모하는 제례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해 부여에서는 '다시 보는 1955 부여 수륙재'를 연다고 한다. 1955년 제1회 백제문화제부터 봉행해온 수륙재의 옛 모습을 되살리고 제례의식뿐만 아니라 조형물 설치, 추모광경 사진 전시, 수륙재 AR 체험, 수상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병행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1950년대 당시의 백제문화제 시원(始原)을 관광객들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필자는 올해 공주의 웅진백제 5대왕 추모제에 봉행위원으로 제례의 품격을 높이는 데 동참했다. 기존의 웅진백제왕 추모제를 동방의 예악((禮樂)에 따른 제례로 백제문화의 정체성을 담아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무령왕을 비롯한 웅진백제왕을 기억하고 참여하는 제례의식으로 구성했다. 제례의 예법과 격식부터 백제악기를 결합한 제례악 연주, 출토유물 고증을 통한 제복과 제기 복원으로 관광객에게 제례를 새롭게 선보인다.

축제는 고대 제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삼한의 계절제는 모두 제천의식에서 유래한다. 하늘에 제사 지내고 며칠 동안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일체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바로 축제였다. 백제문화제는 망국(亡國)의 원혼을 위로하는 제의에서 시작된 조촐한 형태였지만, 제의적 성격에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가하여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발돋움하였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제사는 동아시아에서 고대부터 국가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의례였으며 소통과 나눔의 축제였다. 축제의 근간은 제의다. 제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축제가 있다. 우리는 축제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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