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원 의정비를 자치단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 첫 해인 올해 전국 지방의회 90% 이상이 의정비를 인상했다. 또 2018년도에는 인상률이 1.0%였지만 올해는 2.5%나 올렸다. 특히 세종시의회는 지난해 4천200만원에서 올해 5천197만원으로 무려 23.7%를 올려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해당지역 특성에 맞게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의정비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지방분권을 위한 취지지만 지방의원들은 본연의 역할보다 밥그릇 챙기기에 관심을 쏟았다.

엊그제 윤재옥(자유한국당)이 행정안전부 의정비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방의회 243곳(광역 17곳, 기초 226곳) 중 90.5%인 220곳(광역 13곳, 기초 207곳)이 의정비를 인상했다. 의정비를 동결한 지방의회는 9.5%인 23곳(광역 4곳, 기초 19곳)에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의정비를 동결한 지방의회가 전체의 42.4%에 달했지만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의정비 중 월정수당(의원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비용)을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자 대부분 지방의회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인상률을 초과한 지방의회가 전체 243곳 중 절반이 넘는 129곳(광역의회 9곳, 기초의회 120곳)에 달하는 등 평균 인상폭도 커졌다.

물론 지방의원 유급제의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의정비 인상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전문성과 의정역량을 갖춘 지역 인사들이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선 품위유지 및 생활급 차원의 현실적인 보수지급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월정수당 결정 방식을 자율화했다고 해서 의정비를 현실화 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지방의회 90.5%가 작년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올린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누구보다도 지역주민들의 민생고를 챙겨야 할 지방의원들이 엄중한 경제난국에 의정비 인상에 과도하게 관심을 썼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제 위기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첨예한 미·중 무역 갈등, 한일 경제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더구나 지방의원 의정비는 지방자치법 개정 취지에 맞게 그동안 꾸준히 인상돼 왔다.

더구나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이후에도 오히려 지방의원으로서 소명의식보다는 갑 질을 일삼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의원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선진도시 우수사례 벤치마킹 등이 목적이지만 대부분 관광지만 찾는데다 부적절한 언행과 일탈로 잇따라 물의를 일으켰다. 오죽하면 정부가 올 초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선안을 마련해 부당한 국외공무여행에 대해 비용을 환수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3년 전 김진국 서원대 교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유급제 시행이 지방의원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77.6%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을 지방의원들은 상기해야 한다. 지방의원이라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환경과 피폐해진 경제, 그리고 주민들의 애환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과도한 의정비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지자체의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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