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어떤 이가 사랑이 뭐냐고 물으니 세상을 살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리저리 서로 스치고 부딪히며 어울리다가 사람의 '람'자 'ㅁ'이 닳고 닳아서 'ㅇ'이 된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가장 많이 아주 찐하게 어울린 사람이 어머니이니 사람들은 이를 두고 어미사랑(母性愛)이라 하고, 어미는 그를 두고 귀여운 내 강아지(子息)라고 하다가 내 사랑, 내가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둘도 없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전부라고 한다.

내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신부의 내 사람과 신랑의 내 사람이 그렇게 연을 맺었기에 온전히 남남으로 만났으면서도 부모형제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아주 친하게, 서로를 아껴주며, 피도 나누고, 하나뿐인 장기와 목숨까지 담보하면서 평생 동안 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리라.

세상에서 서로 가장 친하다고 자랑하는 이(親舊)들이 그렇고, 멀리 사는 친척보다 낫다는 이웃사촌이 그렇다. 수제자와 후계자가 그렇고, 반려자와 동반자가 그러하며, 고부와 장서 간도 그래야 사람답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면 사랑이 싹트고, 사랑 따라 사람들도 향기 찾아 몰려든다. 그런 사람이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내 사람을 위해 배려와 봉사로 희생 헌신할 수 있는 내 마음(信賴)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내 사람도 세 테가 쌓이면서 세태 따라 속성이 변하면 별리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데, 최근엔 문화의 흐름이 고속이다 보니 내 사람 만드는 과정단계를 훌쩍 건너뛰기도 한다. 연이 아니면 열 번 백번을 찍어도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는데, 옷깃만 스친 연을 빌미로 백년 지기나 되는 것처럼 내 사람으로 치부하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속속 드러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침을 흘리니 인걸(人乞)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친 인연을 화려하게 포장한 전시용의 내 사람은 아무데나 내걸리는 만 원짜리의 일회용 현수막이 마지막 명함이 되니 용도가 다했을 때 새롭게 변신하지 않으면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폐기물로 고물상에서도 고사한다.

그런 내 사람이 무대에 올라설 땐 그 상황 최상의 명품으로 세상물정 어둔 이들의 손바닥을 자극해 박수소리가 광장을 떠나가지만, 하단할 땐 냉소와 비난과 책임의 짐만 잔뜩 지고서 심상(心傷)을 감당 못해 비틀거리다 쓰러지고 마는 것이 생전에 그의 몫으로 미리 작성된 이력서였을 것이다.

인총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일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그래도 좋으니 당신 사람 한 번 되어 보는 게 소원이라며 매달리는, 알 것 같기도 한 인사가 그 줄을 놓지 않으니 그들을 생계수단으로 전용하는 사계(詐界)의 권위자에겐 딱 좋은 매물(媒物)일 수밖에.

내 사람, 평생을 같이 하고픈 참 좋은 사람이다. 죽어서도 그렇고, 다시 태어나도 그는 내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과 동반하여 동행하고 싶으면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들지 말고, 내가 그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된다. 그에게 잡히는 게 아니라 그를 위해 마음 쓰며 아껴주고 공감으로 도와주며, 가슴 열어 멀리보고 함께하면 약속한 것처럼 내 사람 되어 돌아온다. 필요 따라 물 댄 연못에 헛발 디뎌 감염되면 나 없는 남으로 평생을 헛발질하고 살아야한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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