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얼마전 직원들과 태풍 피해를 입은 농가를 돕고자 방문했다. 우리 일행들은 세 농가를 찾았는데 첫 농가는 하우스에 무화과, 아스파라거스, 모링가 등 생소한 농산물 등을 재배했고 두 번째 농가는 토마토를, 세 번째 농가는 딸기, 치커리 등을 키웠다. 세 농가 모두 인근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를 하는 노령의 조합원이었다.

첫 번째 농가에선 농협 조합장이 함께 하셔서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로컬푸드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 조합원께서 연령이 있어 넓은 면적을 짓기는 힘들고 지으시는 대로 직매장에 출하하시는데 잘 팔린다고 했다. 두 번째 농가에서는, 쓰러졌지만 얼마 전까지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했다는 아직 싱싱한 토마토를 맛봤다. 유기농으로 키우는 황금토마토라고 했는데 색은 정말 황금색이었고 일반 토마토와 달리 식감도 맛도 좋았다. 마지막 농가는 어르신께서 무릎 수술로 두달간 농사를 못 지었더니 풀과 태풍으로 하우스가 엉망이 되어서 재정비하여 따님과 같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검색 사이트에서 로컬푸드의 중요성(혹은 장점)을 검색하면 대개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안전성과 신선함, 둘째 운송비용 절감과 농가소득 증대, 셋째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성'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왠지 정이 없어 보인다. 이를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소품종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휘어진 오이, 캡 없이 재배한 배부른 호박, 어렸을 때 시골 텃밭에서 보았던 이름 몰랐던 품목까지 수많은 지역 농산물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그냥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얼굴과 이름, 생산지까지 함께 알려주며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는 농업인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업가가 아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생각이 든다. 이분들은 우리에게 몸이 좋아할 만한 농산물을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 같고,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이런 농산물이 나오고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맛있는지 새로운 걸 배워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이루어졌던 기능들이다. 이렇게 키우고 요렇게 요리한다고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계승되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전되고 생산과 소비가 따로 이루어지면서 농업의 교육적 기능이 많이 사라졌다.

요즘 공장제 농업이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 농업은 생산 요소를 기계적으로 투입하여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공장제 산업이 아니다. 하나하나 씨를 뿌려 자연과 사람을 통해 생명을 키우는 작업이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교육을 통해 문화로서 이어왔던 교육사업이기도 하다.

이제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활성화되어서 많은 지역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곳을 단지 농산물을 사고파는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른에게는 예전의 추억을, 아이에게는 생명에 대한 교육을, 세대 간에는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음식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 나가는 장소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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