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문재인 대통령은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는다. 목표가 정해지면 망설이지도,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외길로만 가는 스타일인 듯하다. 국가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작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에도 결코 방향을 선회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외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마 그는 수많은 서민들과 기업이 경제실정에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정말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북한 바라기'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포옹하고 함께 산책하는 글로벌 이벤트를 벌였지만 그 뒤로 남북관계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 북한은 '바보', '겁먹은 개'라며 거침없이 막말과 조롱을 일삼고 있지만 청와대는 김정은에게 일편단심이다. 리더에게 일관된 소신은 소중한 덕목이다. 어떤 난관과 장애가 있어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옳고 필요한 정책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다양한 여론 수렴과 깊은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리더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이 나라를 어떻게 추락시키는 지는 지금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많은 나라들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그나마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는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검찰 개혁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노 대통령의 영전에서 검찰 개혁을 다짐했다.


검찰개혁은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기소독점권과 기소유예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에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갖고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정치권과 결탁해 표적수사,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등을 하거나 스스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적인 여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절실할수록 법무부장관은 그에 걸 맞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조국 씨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파렴치한 자가 법정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말대로 이는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지 결코 이념·진영으로 나뉘어 벌일 논쟁이 아니다. 검찰개혁이 추진동력을 상실하고 정당성을 잃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여론의 저항에도 조국씨를 장관에 임명하면서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혀 영혼이 없는 '빈말'이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강도가 높아지고 야당이 조국을 탄핵하겠다고 나서자 검찰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성찰해 달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여기에 여당까지 벌떼처럼 달려들어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윤 총장을 낙마시키려 하고 있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여권이 지지층을 앞세워 광화문에서 세몰이를 하자 야권은 개천절에 150만 군중이 참여하는 촛불시위로 '문재인 하야'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나라가 완전히 두 쪽이 난 상황에 전율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안보 위기가 증폭되고 있지만 이 정권은 조국 지키기에 올인하면서 폭주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최악의 사회혼란과 국민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


'조국 게이트'가 포함하는 의미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조국 사태는 이 정권의 실체와 도덕성을 재평가 할 수 있는 기회다. 또 역설적으로 검찰의 존재가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검찰마저 손에 쥐고 흔든다면 특권세력의 브레이크없는 비리는 어떤 기관도 제어 할 수 없다. 이런 조국이, 이런 정권이 검찰개혁을 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적어도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은 아닐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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