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충북도의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충북도의 인사 청문회 도입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후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보은인사, 낙하산인사 등은 항상 논란이었다.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둔 선출직 지자체장은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일명 '선거공신'을 공직 또는 산하기관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장으로 임명하곤 했다.

이로 인해 조직의 기강이 흐트러지고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 또는 부적절한 인사의 임명을 막기 위한 인사 청문회 제도 도입이 절실했고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졌다.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인사청문회 도입에 합의한지 불과 보름 만인 지난 10월1일 충북개발공사 사장 임용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어 청문회 다음 날인 2일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임용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회 결과 보고서를 이시종 지사에게 전달했다.

뜨거운 관심과 많은 기대 속에 열렸지만 도민들의 평가는 미지근하다. 청문회를 진행한 도의원들도, 인사 청문을 받는 임용 후보자도 준비 기간이 부족하니 미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부족한 부분이 다음 인사 청문회에서 충족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충북에 앞서 이미 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 많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이 이미 인사 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충북을 비롯해 대다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차단체가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법제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문회를 이미 시행하는 15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만이 조례로 시행 근거를 마련했을 뿐 나머지 시·도는 대부분 협약 또는 지침과 훈령이 시행의 근거다.

인사 청문 대상 기관도 문제다. 15개 시·도 검증대상 기관의 비율이 평균 29.9%에 불과하다. 울산이 44.4%로 가장 높고 경남이 42.8%, 충남이 41.1% 등 3곳만이 겨우 40%대를 넘겼다. 충북의 경우에도 충북연구원, 청주의료원, 충북테크노파크, 충북개발공사 등 인사 청문대상 기관이 4곳뿐이다. 절반이 넘는 기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임용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사 청문회 도입은 제도 자체만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인사권자, 즉 지자체장의 신중한 인사 추천이 선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만 만족해서는 안된다. 인사 청문회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고 미비점을 보완해 온전한 제도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사 청문회 운영상 주요 쟁점은 ▶인사청문회 대상기관의 범위 ▶청문회 제출 서류의 범위 ▶회의 공개의 범위 문제 등이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상기관의 선정과 검증 절차의 한계가 발생하는 데서 기인된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시행 근거를 마련, 불완전성을 해소해야한다.

지방의회도 후보자 검증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번 인사 청문회에서 도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국회 및 타 시·도의 인사 청문회 사례와 후보자 검증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인사 청문회가 결국 지자체장의 인사 명분만 살려주는 통과의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병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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