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태풍 '링링'의 일기예보는 전날부터 걱정과 불안을 몰고 왔다.

이어 아침부터 강풍과 비바람이 심해져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2층 거실 창을 향해 굵은 나뭇가지들이 금방이라도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거칠게 불어 닥친 태풍은 가로수를 쓰러뜨리고 입간판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움직이는 자연의 큰 힘 앞에 움직일 수 없는 자연은 무방비 상태에서 고스란히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다음 날,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은 그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하다.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을 '태풍 영향권'이라 일컫는다. 이유는 태풍이 인간들에게 유익을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 순환에 지구 온도를 조절하고, 오염된 바닷물을 순환시켜 어족을 풍부하게 한다. 많은 비로 가뭄을 해소시키고, 적조 현상으로 오염된 유기물을 분해시킨다. 놀라운 자연의 조화라 할 수 있다.

나에게는 외숙모가 셋이 있다. 그 중 둘째 외숙모에게 나는 성장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단아한 외모에 말씨 맵시 솜씨가 좋았다. 차분한 성격에 조용한 미소, 낮은 목소리에 함부로 화내지 않았다. 군자의 기품을 지닌 연꽃 같은 온유한 모습이 참 좋았다. 나눔과 봉사를 실천할 때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읍내에서 외삼촌이 약국을 운영하였던 탓에 늘 고객들의 왕래가 잦았음에도 정성을 다했다. 외숙모는 나의 결혼을 앞두고 어머니를 대신하여 서울로 지방으로 다니시며 신접살림을 다 장만해 주셨다. 팔십 성상 그 모습 그대로 그 큰 영향력을 말없이 드러내신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보자면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주커버그, 모디 총리인 나렌드라, 구글의 설립자 래리 페이지, MS도스·윈도우를 만든 빌 게이츠, 채닛 옐런, 프란치스코 교황, 시진핑 중국 주석, 앙렐라 메르켈총리, 도날드 트럼프, 1위에 블라디미즈 푸틴 대통령으로 2016년을 장식한 위인들이다.

이들을 보면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훌륭한 모습이 품격에서 나타난다.

정의를 베풀 때에는 큰소리가 필요없이 마음으로 표현하며, 외치지 않고 높이지 않아도 상대방 마음을 움직인다. '사랑은 영혼을 치유하는 묘약이다'를 실천하며 지친 영혼, 깨진 영혼, 죽어가는 영혼을 살려내며,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에게 살아야 할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한다. 진짜 부유한 것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심었느냐임을 보여준다. 부를 자랑하기보다는 선행의 도구로 썼다. 인간 세상에 표준이 되고 기준이 되는 이분들은 먼저 상대와의 소통을 통해 믿음을 주고,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고, 적절한 친밀도를 형성한다.

영향력의 사전적 의미는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서도 자발적으로 권위를 받아들이는 힘'이다. 영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의 숨겨진 능력이다.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다가가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내 가까이에 있는 참된 지도자를 세우며, 그를 섬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

올 가을, 자주 부딪히는 태풍은 내게도 긴장하며 살아가라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탈하기 쉬운 삶의 궤도 위를 다시금 점검하며 영적인 씨앗을 심으라 한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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