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칼럼]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정치'를 찾습니다.

원래 사는 곳은 서울 여의도지만 전국 팔도가 다 집이랄 수 있어서 주소지는 애매합니다.

외모는 그럴듯한데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철이 없고 유치해 아이들만도 못합니다.

나이는 70이 다돼가는데 때에 따라 변화무쌍해 그냥 봐서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꾀어 편 가르기를 아주 잘합니다.

사고뭉치, 애물단지지만 우리 집안의 첫째라서 꼭 찾아야 합니다.

실종된지 좀 된것 같은데 이전에도 행적이 불분명하곤 했고 지금도 시끄러운 '조국'이 등장할 때쯤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후사라도 해야겠지만, 주변에 두었다가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치우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실종됐다. 평소 활동하던 여의도에선 찾을 수 없고 광화문이나 청와대 주변을 살펴봐도 흔적조차 없다. 그동안 정치가 무엇하나 제대로 일을 한 적도 없고, 늘 실망만 줬지만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은 심각, 그 자체랄 수 있어 정치가 한 손을 거들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지금 정치는 실종상태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종됐지만 누구 하나 찾고자 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 때문도 아니다. 편가르기와 검찰수사, 여론 선동이 대한민국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100주년 대한민국 상황을 살펴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채 익지도 않은 과실을 따려다 살림살이가 엉망이 됐다. 여기에 인구감소, 환경오염 등 어렵지만 꼭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은 발등의 불이다. 나라 밖 사정도 어렵기는 매일반이다. 일본의 역사도발과 경제 공습에 북한의 핵무기·미사일은 현재를 넘어 미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걱정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온 나라의 이목은 '조국'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민낯, 재산 및 딸 입학 의혹에 이어 검찰수사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여론을 무시한 청와대 등 여권의 '조국 지키기'가 더해지면서 편가르기의 결정판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찬반세력의 여론 선동은 국론분열을 넘어 나라를 두쪽으로 쪼갤듯이 거세지고 있다. 더 나아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어 '조국'에 대한 입장이 모든 것을 가르는 퇴행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분열,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와 협력, 의견수렴과 설득의 장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혼돈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는 오리무중이다. 되레 정치인들까지 본업을 제쳐두고 여론선동에 뛰어든 모양새다.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온통 '조국'에 매몰돼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어쩔수 없는 행보일 수 있겠지만, 그러는 사이에 외교는 무너지고, 경제의 흔들림은 커지고, 국정현안은 꼬여만 가고, 대한민국은 표류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치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촛불이라는 이름의 광장으로 내몰 것인가. "불법만 아니면"이라는 현 정부의 잣대처럼 앞으로 옳고 그름의 판단은 모두 법의 심판대에 올릴 것인가. 시시비비는 고사하고 위선과 독선이 넘치는 부조리한 현실을 편 가르기만으로 재단(裁斷)하면 상식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사회의 모든 것이 '정치적'이 된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모든 것을 포장하는 '정치적'이라는 이름이야 말로 정치 실종의 주범이다. 정작 정치는 없는데 사사건건 '정치적'인 판단과 행위만 횡행하는 사회를 가만히 앉아서 맞아야 하는 것인가.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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