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치안활동 나선 '천안 태권 리더스'
범죄예방 치안활동 나선 '천안 태권 리더스'
  • 유창림 기자
  • 승인 2019.10.09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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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젊은 외국인들 '자국인 안전 지킴이' 역할 톡톡
윤기태 경사와 태권 리더스가 순찰활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안동남경찰서 제공
윤기태 경사와 태권 리더스가 순찰활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안동남경찰서 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국외여행 또는 국외 장기체류 기간 동안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지 경찰과 함께 한국인들이 치안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무척이나 반갑고 든든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천안에는 실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10명의 젊은 외국인들이 있다. 그들은 태권도를 연마하며,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태권 리더스'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천안시는 천안역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의 치안만족도가 저하되고 있었다.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된 외국인(천안동남경찰서 관할)이 2015년 177명, 2016년 174명, 2017년 172명, 2018년 189명으로 좀처럼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천안동남경찰서는 외국인 범죄예방과 함께 그들의 권리보호 향상을 위해 국가별 리더를 선정,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묘안을 내놨다. 리더는 천안동남경찰서와 함께하는 태권도교실에 참가 중인 외국인들 안에서 선정했다. 천안동남서는 2015년 4월30일 천안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찰과 함께하는 태권도교실'을 운영 중이었다.

이렇게 지난 8월 25일 첫 발을 내딛은 '태권 리더스'는 네팔 4명, 캄보디아 1명, 베트남 1명, 미얀마 2명, 인도네시아 1명, 스리랑카 1명 등 6개국 10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20~30대인 이들의 태권도 실력은 흰띠부터 2단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리더로의 자긍심은 모두 태권도 사범 이상이다.

이들은 매월 1회 합동순찰을 하고 꼭 알아야할 대한민국 법을 자국 언어로 번역해 SNS상에 전파하는 임무를 맡았다.

윤기태 경사의 태권도 봉사활동을 소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신문. / 윤기태 경사 제공
윤기태 경사의 태권도 봉사활동을 소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신문. / 윤기태 경사 제공

외국인이 동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치안활동의 효과는 컸다. 우선 합동순찰에서 반응이 달라졌다. 각 국가별 식당과 식품점 순찰활동에서 국내 경찰만이 할 때와는 달리 거리감이 사라졌다. 외국인 점주가 먼저 나와 치안 취약 부분을 설명하고 개선안까지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식품점과 식당의 외국 손님들은 자국민의 치안활동을 보고 상당한 안도감도 나타냈다.

'모르면 저지르기 쉬운 범죄 유형'을 자국 언어로 번역해 배포한 SNS 활동의 호응도 컸다.

가령 인도네시아에는 음주단속이 없다. 또 대부분의 동남아시아에서는 무작정 상대방을 찍고 SNS에 올려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 '몰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르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이라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범죄자로 전락하기 쉬운 범죄 유형이다.

이 같은 범죄유형을 자국언어로 번역해 SNS에 올리자, "큰일 날 뻔했다", "재밌고 유용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쇄도했다.

태권 리더스 창설에 앞서 "별 효과가 있겠어", "업무도 빡빡한데,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해야 하나" 등 염려했던 내부 반응도 이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첫걸음에 대한 호응이 크지만 천안동남경찰서는 '태권 리더스'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 관계자는 "그들은 언젠가는 자국으로 돌아갈 근로자다. 그들이 한국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면서 안전하게 체류하다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지 태권 리더스를 통해 무슨 큰 업적을 이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기태 천안동남서 경사

태권도사범 외국 활동 경험이 태권 리더스로 이어져

윤기태 경사와 인도네시아 태권도 제자들. / 윤기태 경사 제공
윤기태 경사와 인도네시아 태권도 제자들. / 윤기태 경사 제공

천안동남경찰서 태권 리더스 활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기태 경사(38)의 힘이 컸다. 외국인들의 범죄예방 활동에 외국인들을 참여시키고 그 매개체로 태권도를 활용하자는 제안은 윤 경사의 외국생활 경험이 바탕이 됐다.

태권도 5단의 실력자인 윤 경사는 해외에 태권도를 보급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통해 2008년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태권도 전수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깔리만딴섬 잔디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외국인의 태권도 전수 활동에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는 않았다. 따가운 시선 속에 현지 경찰관이 총을 겨누고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처음에는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때 인도네시아 정보경찰과 태권도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차츰 깔라만딴섬 주민들이 저들 믿어주기 시작했죠."

인도네시아에서의 2년의 활동 동안 제자 중 한명은 전국체전 2등의 성적을 내며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태권도를 통한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은 윤 경사의 경찰 입문으로도 이어졌다. 2013년 8월 인도네시아어 외사특채로 경찰 제복을 입게 된 것이다.

윤 경사는 자신의 특기를 경찰 활동에 또 다시 접목했다. 2015년 천안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의 열정이 '태권 리더스'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이해하는데 태권도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고 생각해요. 또 태권도 단증을 획득하면 비자연장과 변경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연마하는데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국민들을 위한 치안활동을 할 수 있게 되니 태권 리더스들의 자긍심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윤기태 경사의 인도네시아 태권시범 모습. / 윤기태 경사 제공
윤기태 경사의 인도네시아 태권시범 모습. / 윤기태 경사 제공

윤 경사의 외국인 태권도 제자들은 수백 명에 달한다. 그중 네팔인 인드라는 3단까지 올랐다. 인드라는 현재 네팔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네팔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다.

2단을 딴 스리랑카 딜란은 현지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면서 윤 경사와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다.

윤 경사의 외국인 제자들 중 태권도 및 한국어가 특기가 돼 자국에서 경찰이 되는 일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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