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정북토성은 옛것을 보존만 하는 곳이 아닌 많은 이들이 찾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사진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해넘이 배경이 어디인지 궁금하던 터에 정북토성을 알게 되었다. 언제 한번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호서의 마한'전을 보고 내친김에 토성을 찾았다.

소나무만 외로이 있는 사진만 보았을 때는 허허벌판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청주의 끝자락에 자리했는데 오창이 가깝게 보인다. 도심 언저리 드넓은 초원인데 토성이라고? 상당산성 같은 크고 웅장한 성이 아니었다. 토성 주위에는 미호천과 논들이 평화지대를 이루고 있다.

청주 정북동 토성(井北洞 土城)은 미호천변 평야의 중심 평지에 흙으로 쌓은 성이다. 정방형의 토성인 성안에서는 주거지, 기둥구멍, 길, 돌무더기 등이 확인되었고, 성 밖에서는 성을 둘러싸 보호하는 물길인 해자를 확인했다.

토성의 구조와 출토 유물들로 우리나라 초기의 토성 축조 연구에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토성이다.

마한 문화체험을 알리는 깃발 십여 개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토성으로 침입하려는 침입자를 막기 위한 민초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적이 토성으로 진입할 때를 대비해 던지려고 모아 둔 돌멩이들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돌멩이는 아녀자나 어린아이들도 전투에 동원되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인걸은 가고 추억만이 남았다는 옛 시를 떠올리며 숙연해진다. 아주 오래전 선조들이 토성 안에서 거주하던 곳. 선조들의 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북 동토성. 평평하게 다져진 흙바닥에 잔디와 풀과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상당산성에서 우암산까지 이어지는 산 너울을 바라보며 잠시 토성 위를 거닐어 본다. 선조들은 가고 없어도 이곳에서 꽃이 피고 씨앗이 떨어져 다시 태어났던, 바람에 날려 온 씨앗이던 간에 내 눈에는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토성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포즈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 해질녘이 되자 사진작가들은 미리 자리를 잡아놓았고 연인들도 많이 오는걸 보니, 토성을 왜 혼자 갔느냐고 반문하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셔터만 누르면 어디든 작품이 될듯하다.

토성에는 소나무가 네그루인데 유독 사진에는 소나무 한그루만 찍을까. 난 소나무와 사람, 행글라이더, 해를 한 화면에 찍어 그곳에서 만난 사진작가에서 보여 주었더니 사진도 수필과 같다고 한다. 한 화면에 너무 많은걸 담으면 안 되고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아하 그래서 다른 소나무와 좀 떨어져 있는 소나무를 왕따 나무라고 표현하면서 집중적으로 찍는 거구나 싶다.

비가 온 날은 비가 고인 물웅덩이와 같이 토성의 풍경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찾는다. 어둑해질 무렵 물을 떠다가 바닥에 뿌린다. 고인 물가에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꽃을 들고 있으면 물속에 투영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의도된 연출이다.

꼭 일몰이 아니라도 토성은 아름답다.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마음만 먹으면 후딱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토성을 다녀 온 후로는 해질녘이면 그곳의 왕따 나무에서 오늘도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겠지 싶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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