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들어 전국 지자체들의 주요 관심거리중 하나였던 '지역화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십수년간을 합쳐도 60여곳에 불과했던 발행 지자체수가 10월 현재 170여곳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발행지역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도 곳곳의 참여가 잇따랐기 때문인데 일부지역의 부작용과 역기능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확산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국적인 열풍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그것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11년까지 약 8년여간 재래시장상품권을 발행하다가 정부의 온누리상품권 시행으로 중단했던 청주시가 올 연말부터 다시 지역화폐를 내놓기로 했다. 일단 100억원 규모로 10%이내의 할인을 적용하고 점차 발행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재발행 목적은 지역내 전통시장과 상점 등에서의 지역화폐 사용을 통해 지역경제와 소상공인들을 살리는 데 보탬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시설·관광지 등 사용처를 늘려나갈 계획인데 올 3월부터 재발행에 들어가 전국적으로 본보기가 된 제천시의 성공사례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한달만에 18억원 어치를 팔고, 7개월만에 현금판매액만 130억원을 돌파한 제천 지역화폐 '모아'는 최근 내년까지 500억원을 발행하겠다는 다짐행사를 가졌다. 이같은 성공의 밑바탕에는 가맹점만 5천600개에 달하는 지역주민들의 성원이 깔려있다. 할인율이 다른 지역에 크게 못미치는 4%에 불과하지만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내달부터는 출산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이같은 제천의 노력과 열의는 다른 지자체에 자극제가 되는 한편 지역경제의 앞날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뛰어드는 부산시가 제시한 발행규모는 1조원이다. 올해 최대 실적이 인천시의 6천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목표로 벌써 뒷탈이 우려된다. 그런 인천시도 과도한 보조(10~11% 캐시백)로 재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성남시의 청년수당 등 수도권 일부에서는 현금화(카드깡)가 문제가 됐다. 대전에서는 시와 구(區)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런 부작용의 뒤에는 이를 치적으로 삼으려는 단체장들의 과욕이 존재하곤 한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시행의 배경이 되는 정부지원금(발행액의 4%)이다. 여기에 지자체 돈이 더해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인데 지금의 지역화폐 확산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올해 전국 발행액 2조3천억원으로 3년만에 20배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정부지원금 중단에 따른 지역화폐의 몰락을 예견하게 한다. 자생력이 없는 구조속에서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도입과 함께 지역화폐가 자체적으로 존립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지역의 화두로 떠오는 관광산업과의 연계도 그래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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